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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의 서사연구실 게시판입니다.

  현대 소설의 이해
  이영식 [ E-m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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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bigstone.cjit.org/~eyeshin/


다음 글은 소설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기술하였다. 어떤 학문이든지 개념을 익히는 것이 기본이다. 서사를 연구하는데 유용한 개념들을 공부할 수 있다. 특히 소설의 주제를 어떻게 작품속에 구현하고 독자를 그것을 어떻게 분석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독서지도와 독서치료에서 문학작품은 중요한 자원이다. 교사나 상담자가 먼저 작품을 충분히 분석하고 발문을 만들기 위해서 서사학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I.소설이란 무엇인가?

    = 소설의 개념, 소설의 정의

    소설이 무엇이냐하는 것에 대한 해답은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소설이 고정된 물체가 아니고 정신적인 산물이며, 역사적 변천과 함께 무한한 변모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 정의를 하자면, '소설은 작가가 상상력과 구상력에 의해서 창조해 낸 가공적인 허구의 세계를 현실적인 인물이나 사건의 전개를 통해서 통일성 있게 구성하여 진실한 이야기인 것처럼 그리는 산문문학의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시, 수필,희곡,평론 등과 함께 문학의 5대 장르의 하나이다. 이것은 고대의 전설, 서사시, 중세의 설화 등의 계보를 이어받아 근대에 발달하고 19세기에 완성된 리얼리즘 소설의 개념에 가까운 정의이다.

    동양적 의미에서의 소설은 오늘날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고대 중국의 문헌에 나오는 소설의 개념을 살펴보자.

* 飾小設 以干縣令 (식소설이간현령).
-소설을 꾸며 현령에게 아첨한다. < '장자' 잡편 외물(莊子 雜篇 外物) >
* 小說家者流 蓋出於稗官 街淡港語 道聽塗說者之所造也(소설가자류 개출어패관 가담항어도청도설자지소조야).
- 소설가란 무리들은 대개 패관에서 나왔으니 (소설은) 길거리의 이야기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곧잘 아는 것처럼 남에게 말하는 자가 지은 것이다. <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고대 중국에서는 소설이란 말이 '하잘 것 없는 이야기' '민간의 사소한 사건, 유행, 풍속, 뜬소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현대에 와서 유럽의 novel이라는 말을 '소설'이라고 번역한 사람은 일본의 소설가인 쓰보우치 소요(坪內逍遙)였다. 그가 평론집 <소설신수(小說神髓)>(1885)에서 novel을 소설이라고 번역한 후부터 이 말은 근대의 문학적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소설을 정의한 몇 가지 예를 보자.

* 소설은 가공의 역사이다. --R.웰렉 A.워렌
* 소설이란 적당한 길이의 산문으로 된 가공적인 이야기다. -- E. M. 포스터
* 소설은 이야기, 즉 인물에 대하여 꾸며 놓은 이야기다. -- R. P.워렌 C. 브룩스
* 소설이란 산문체의 가공적인 이야기에 의한 인생의 해석이다. -- A. 벡커
* 소설은 인생의 회화이다. -- P. 러복크
* 소설은 인생의 해석이다. -- W. H. 허드슨

     이상의 여러 정의에 나타나듯이 소설은 우선 '이야기'라는 기본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지금도 흔히 소설을 '스토리'라 하고, 단편을 'short story', 전기적인 장편을 'roman'이라 하는데, 이것은 모두 '이야기'를 뜻한다.

    또, 소설을 인생의 표현이요 인간성의 탐구로서 보는 태도가 있다. 장편을 뜻하는 'novel'이라는 말이 'new'의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novella'와 라틴어 'novellus'에서 나왔는데, 그것은 소설이 새로운 이야기, 즉 인간에 대한 새로운 탐구요 표현임을 뜻한다.
다음에는 소설이 거짓말로 꾸며진 세계임을 말하는 견해가 있다. 영어로 소설을 'fiction'이라고 하는데, 픽션이란 가공적인 이야기, 허구의 세계를 뜻하는 것이다.

    이상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소설이란 인생의 진실을 허구적으로 표현하는 산문적인 문학 양식'이라 정의할 수 있다.


= 소설의 기원과 본질

    소설의 원형은 어느 나라에서나 설화인데, 그 설화도 옛날에는 운문으로 쓰여진 것이 보통이었다.고대부터 중세에 걸쳐 문학의 중심적인 제재는 영웅, 성자, 귀족, 때로는 신들이나 악마였다. 그들의 초인적인 사업이나 정열, 그 결과로 일어나는 비극적인 상황 등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북돋워 주었다.

    중세에 이르러 서사시의 시대가 영국 프랑스 등의 문학에 기록되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인 '로망'이 후세 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양에서 소설의 발달과정은 보통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요약되고 있다.

서사시(epic)
신화(myth) ----------- ---로망스(romance) -------------소설(novel)

    신화의 주인공은 신 혹은 신적인 존재이며 서사시의 주인공은 대체로 영웅이다. 로망스의 주인공은 흔히 기사의 형태로 나타나는 귀족 계층의 인물이며 소설의 주인공은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서양소설의 발달 과정은 다른 사회 계층론의 각도에서 본다면 주인공의 하락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신에서 영웅으로, 영웅에서 귀족으로, 귀족에서 평민으로 신분 상의 낙하가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서양 소설 양식의 발달 과정에서 봉건 사회의 해체와 이에 따른 시민 사회의 성립을 매우 중요한 배경 요인으로 지적하곤 한다.

    달리 말하면 소설 양식의 출현에 힘입어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의 발전이 촉진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설 양식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사회와 역사 사이의 상호 조응이나 교호 작용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갔다. 종교적 세계관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 보려 한 것이 르네상스였다면, 인간의 가치나 삶에 대한 평가를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하려 했던 것은 새로운 의미의 소설 양식이 나타나기 시작한 17,8세기라 할 수 있다.

    *참고사항 = 로망스의 특질 (노드롭 프라이)

1. 로망스는 시대를 초월해서 반복 출현한다.
2. 로망스는 선한 남주인공과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그들의 이상을 표현하고 반면에 악인이 그들 남녀의 우세를 위협한다는 구조를 담는다.
3. 로망스의 기본 요소는 모험이다.
4. 로망스의 완결된 형태는 성공적인 탐색 여행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 형태는 세 가지의 단계를 나타낸다.
첫째 단계는 위험(갈등) 둘째 단계는 투쟁 셋째 단계는 승리(발전)의 단계이다.
5. 로망스는 변증법적 전개를 기본 구조로 삼는다. <조남현 저 '소설 원론' 참조>

    소설은 운문이 지니고 있던 수많은 규약에서 해방되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자유로운 문학 양식으로 자리잡았고, 이같은 자유는 특히 문체만이 아니라 구성상에도 미치게 되었다. 시점의 선택과 다양한 형식, 등장 인물의 수나 다루는 방법에서도 전혀 제약이 없게 되었다.

    가장 훌륭한 소설이란 독자로 하여금 문학을 의식하지 못하게 한 채 마치 소설 속의 인물이 살아 있는 인간과 마주 대하는 듯하거나 자신이 그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소설은 모든 예술 중에서 생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예술이며 이 생활은 일상적으로 목격되는 생활이다.

    한편 소설의 근대성이란 사실주의를 말하며 여기에 소설의 본질이 있다. 소설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어느 나라에나 전기적 이상적 요소가 많았는데 그것은 소설이 서사시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문성에 대한 자각과 함께 그것은 모습을 감춰 버렸다.

II. 소설의 시점, 거리

     시점은 작중 현실을 누가 어떤 각도에서 보았는가의 문제로서 서술의 초점과 같은 의미이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각도와 입장에 따라서 그 내용은 각각 다르게 판단되듯이 시점은 주제, 인물의 성격, 그리고 미적 효과 등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1)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을 말한다. 즉, 1인칭 시점에서는 서술자가 곧 주요 인물이 되어 나타난다. '나'라는 주인공이 있어서, '나는 이것을 보았다.', '나는 이렇게 하였다.' '나는 이렇게 느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간다. 물론, 여기에서 독자들은 '나'란 허구적인 인물임을 잘 알면서도 '나'라는 주인공이 실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듣는다.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이것은 진실한 이야기이다.' 라는 문학적 묵계에 의해서 이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2인칭 시점은 독자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이 시점은 인물의 내면 상황, 즉 심리 묘사와 내부 묘사에 알맞은 수법이다. 인물과 독자와의 심적 거리가 가까우며, 독자에게 신뢰감 친근감을 주지만, 인간의 외면 세계를 객관적으로 그리는 데는 3인칭 시점만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서간체 소설이라든지 수기체 소설, 사소설, 심리 소설 등에 주로 쓰인다.

    예)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

     김 군! 그러나 나의 이상은 물거품에 돌아갔다. 간도에 들어서서 한 달이 못 되어서부터 거 친 물결은 우리 세 생령 앞에 기탄없이 몰려왔다. 나는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구하였다. 빈 땅은 없었다. <최서해, '탈출기' >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국을 떠나 간도로 들어간 '나'가 어떻게 좌절하고 절망하며, 왜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는가를 서간체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인물의 내면 묘사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수법이다.

"장인님! 이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 이 자식아! 성례루 뭐구 미처 나라야지!"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년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김유정의 '봄봄'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어리숙하고 익살스러운 '나'를 화자로 삼아 '나'의 행동과 심리를 보여준다.

    (2) 1인칭 관찰자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작중의 부인물이 주인물에 대하여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서술 형태이다. 서술자는 관찰자 이상의 역할은 없으며 초점은 주인물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서술 방법은 1인칭으로 되어 있고, 주된 이야기는 관찰자의 눈에 비친 바깥 세계이다. 이 경우 주인공의 모든 것을 관찰자가 표현하기 때문에 작가는 객관성을 유지하지만, 관찰자 '나'를 통해 서술하는 초점의 전이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은 작가가 주인공에 대한 관찰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자를 통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주인공의 어떤 측면을 좀더 객관화 시켜 드러낼 수 있게 하자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관찰자의 관찰의 기회가 제한되고, 또 서술자는 일종의 해설자가 되어 작품을 설명해 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예)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김동인의 '붉은 산', 현진건의 '빈처'
    하루는 밤에서 아저씨 방에서 놀다가 졸려서 안방으로 들어오려고 일어서니까 아저씨가 하얀 봉투를 서랍에서 꺼내어 주었습니다. "옥희, 이것 갖다가 엄마 드리고 지난 달 밥값이라 구,응" 나는 그 봉투를 갖다가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그 봉투를 받아 들자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그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았을 때보다도 더 새하얗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봉투를 들고 어쩔 줄을 모르는 듯이 초조한 빛이 나타났습니다. < 주요섭, '사랑 손님과 어머니' >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이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와의 미묘한 연정의 심리가 옥희의 눈에 의해 관찰된다

    (3) 작가 관찰자 시점

     서술자(작가)가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을 말한다. 3인칭 관찰자 시점 또는 3인칭 제한적 시점이라고도 한다. 서술자는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극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극적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지닌다. 현대 사실주의 소설에 주로 쓰인다.
예) 황순원의 '소나기', 오영수의 '박효도', 이주홍의 '메아리' 등 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 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는 얼른얼른 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 이 되놈, 죽에라. 이놈, 다 때렸니!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나."
그는, 목을 놓고 처 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면서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김동인의 '감자'이다. 복녀와 왕 서방의 다툼을 객관적인 태도로 묘사하고 있다.

    (4) 전지적 작가 시점

    작가가 각 인물의 심리 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가 관찰자 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작가가 마치 신처럼 등장 인물의 내부를 빤히 들여다보듯 알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여러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을 모두 말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점을 사용하는 작가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자유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자유가 남용될 때, 독자는 등장 인물들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 인물들의 체험을 실제로 공감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등장 인물 자신의 체험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하고 조절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서술자가 작품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적 참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장편 소설에 많이 쓰이는 시점이다.

    예)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삼대, 두파산, 김동인의 명문 등


     성진이 마음에 뉘우쳐 생각하되 부처 공부의 유(類)로 뜻을 바르게 함이 으뜸 행실이라. 내 출가한지 십 년에 일찍 반 점 어기고 구차한 마음을 먹지 아니했더니 이제 이렇듯이 염려를 그릇하면 어찌 나의 전정에 해롭지 아니하리오. 향로에 전단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포단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하더니…….

     김만중의 '구운몽'이다. 서술자에 의해 성진의 심리가 서술되어 있다. 고대 소설은 대부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진다.

    <참고 자료 : 소설의 시점>

     문학용어로, 서술의 초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행위·배경·사건 등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법.

     즉 화자(話者)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잡은 시선의 각도, 서술의 발화점, 관점을 뜻한다. 조건으로는 인칭, 인지(認知)의 범위, 의식의 형태 등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작가와 독자 사이, 발화자(發話者)와 수화자(受話者) 사이의 관계에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플롯(plot)의 기본이 되며, 작품의 효과 및 독자에 대한 호소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점의 문제는 일찍이 소설가들에게 큰 관심사로 존재해왔는데, 19세기 이전의 여러 비평문에서 시점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작가 호메로스가 작품 속에 개입하는 일 없이 이야기를 진행한 것이 값지다고 믿었는데, 이것은 오늘날 이야기에 대한 서로 대립되는 2가지 개념이 이미 고대에도 있었음을 뜻한다. 즉 하나는 화자가 속과 겉, 부재하는 것과 존재하는 것 모두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설교하거나 판단하고 이야기의 한 부분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등 이야기 속에 마음대로 끼어드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화자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지금 들려주는 것은 허구(虛構)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노력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이고, 후자는 그냥 보여주는 경우이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전자는 '설명하기'(telling)이고, 후자는 '보여주기'(showing)이다. 19세기말에 헨리 제임스는 '극화(劇化)하는' 것이 좋다는 규칙을 세웠는데, 이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이어받은 것이다. 시점에 관한 이러한 단편적인 관심이 소설가들에게 본격적인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제임스의 〈소설의 기술 The Art of the Novel〉과 P. 러벅의 〈소설의 기교 The Craft of Fiction〉가 나온 이후의 일이다. 그뒤 시점은 프리드만·브룩스·워렌 등에 의해서 심화되고 체계화되었다.

     시점을 분류하는 방식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F. K. 스탄젤은 주석적(註釋的) 서술, 1인칭 서술, 인물시각적 서술로 분류하고 있으며, 브룩스와 워렌은 1인칭 서술, 1인칭 관찰자 서술, 작가관찰자 서술, 전지적 작가 서술로 나누었다. W. 케니는 전지적 시점과 제한적 시점을 먼저 구분하고 제한적 시점으로는 1인칭과 3인칭이 있으며, 이들을 각각 서술자 주인공, 관찰자 주인공, 관찰자 보조, 객관적 관찰자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 방식들의 거의 대부분이 전지적(全知的) 시각과 제한적 시각 또는 극화(劇化)와 순수한 이야기, 3인칭과 1인칭을 상호대립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비슷하다.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브룩스와 워렌이 〈소설의 이해 Understanding Fiction〉에서 제시한 4가지 분류 방법이다.

     1인칭 시점은 '나'가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을 말하는데, '나'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며 또한 우연한 목격자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주변적인 참가자이기도 하다. 전자를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하고, 후자를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first-person narration)은 작품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로, 인물의 초점과 서술의 초점이 일치한다. 여기서 1인칭은 허구화된 '나'이며, 자유롭게 사건의 내적 분석과 심리묘사를 할 수 있다. 이상(李箱)의 〈날개〉에서 볼 수 있듯이 사건이나 배경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유리하다. 또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나'가 '나'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독자에게 친근감과 신뢰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심리소설과 주정적(主情的)인 낭만주의 소설에 많이 사용되며, 이야기를 고백하는 방식으로 서간체나 일기체의 형식을 쓰기도 한다. 1인칭 관찰자 시점(first-person-observer narration)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인 '나'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경우이다. '나'는 관찰자이며 인물의 초점은 주인공에게 가 있어 단지 '나'의 눈에 비친 세계만이 그려진다. 따라서 서술의 범위와 대상이 제한된다.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섯 살짜리 '옥희'의 눈에 비친 세계만 서술되는 까닭에 사랑손님과 어머니 사이의 사랑이 통속적으로 흐르지 않고 적절한 긴장과 경이감을 유지하게 된다.

     3인칭 시점은 화자가 특정의 이름이나 '그'·'그녀'·'그들'이라는 적당한 칭호로 이야기 안의 모든 인물들에 대해서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때 작가가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제재를 제시할 때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자유 또는 제한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전지적(全知的) 시점과 제한적(制限的) 시점으로 나뉜다. 전지적 시점(omniscient-author narration)은 화자가 사건이나 등장인물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며, 등장인물의 말이나 행위 중 자기가 선택하는 것만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개입하고 등장인물의 사고·감정·동기까지 들여다보는 특권을 갖는다. 전지적 화자가 인물의 행위와 동기를 평가하고, 전반적인 인간생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털어놓는 해설자일 경우 '개입적 화자'라고 하며, 그렇지 않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를 '비개입적 화자'라고 한다. 이와 같이 전지적 시점은 서술자가 폭넓게 관여하기 때문에 작가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비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의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 九雲夢〉이나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삼대〉 등의 장편소설에 많이 사용된다. 제한적 시점(author-observer narration)은 '작가 관찰자 시점'이라고도 한다. 화자가 제3자로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자기 자신을 이야기 속에 있는 하나의 등장인물로 한정시키는 경우이다. 서술자가 외부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 비해서 서술의 범위가 훨씬 넓다. 서술자는 전지적 시점과는 달리 일체의 해설이나 평가를 내리지 않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 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따라서 극적(劇的)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 사실주의 소설에 많이 사용된다. 김동인의 〈감자〉나 염상섭의 〈두 파산〉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방법은 후에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방식으로 발전되었는데, J. A. 조이스나 W. 포크너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경험하는 데 자신이 참가하고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한다. 즉 '자신을 숨기는 작가'나 '객관적인 서술'을 통해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마치 물이 흐르듯이 일련의 장면들을 전개시켜 독자가 대리 경험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2. 거리

     * 거리(distance)는 미학에서 먼저 구체화되었던 개념 단위로, 대상에 대한 주체의 시각을 효과있게 조절해 나가는 것을 뜻하였다. 다시 말해 대상과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었을 때 그 대상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느냐 하는 논의에서 이 개념이 비로소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미학에서는 '미적 거리'란 말을 썼는데 이것이 소설에 와서는 흔히 '심적 거리(psychic distance)로 바뀌어 불려지곤 하였다. 소설에서의 거리는 작가가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일정한 예술적 효과를 얻기위해 취하는 심적 지적 절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소설에서 말하는 거리는 다시 지적, 미적, 도덕적, 시간적 거리 등의 여러 측면으로 세분된다. 그런 거리는 구체적으로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 설정될 수 있는 것인가? 부쓰는 이를 다섯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보았다.

1) 나레이터와 작가 사이의 거리
2) 나레이터와 작중 인물 사이의 거리
3) 나레이터와 독자들의 규범(도덕적,지적인 측면 등) 사이의 거리
4)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
5) 작가와 작중인물 사이의 거리

     * 작가 혹은 나레이터와 작중 인물의 사이에 있어서 지나치게 거리가 있다보면, 진실감을 잃게 되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고, 불합리해진다. 이에 반해 근거리가 지나치면 그 작품은 너무 사적인 것이 되고 말아 예술 작품으로서의 자질이 그만큼 줄어들고 만다. 작가 혹은 나레이터가 작중 인물로부터 심적 도덕적 지적 등의 차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때의 소설은 한 마디로 자연미가 없는 관념소설의 유형으로 덜어지기 쉽다. 이와 반대로 너무 가깝게 있으면 그때의 소설은 사소설과 같은 것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좀더 요약해서 말한다면 작중인물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지나치게 따뜻하면 그때의 소설은 가깝게 될 것이며 너무 차가우면 논설에 가깝게 되고 만다.<조남현, 소설원론>

    점에 따른 거리

     1. 1인칭 서술자


     1) 1인칭 주인공 시점
     등장 인물('나')가 서술자 자신이므로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가까우며,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가깝게 된다.
     2) 1인칭 관찰자 시점

    서술자가 주인공을 관찰하므로 주인공에 대하여 거리가 있고,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멀다.

     2. 3인칭 서술자

     3) 3인칭 관찰자 시점

     서술자가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므로 서술자와 등장인물의 거리가 멀고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멀다.

     4) 3인칭 전지적 시점

    인물의 모든 것을 서술자가 다 알고 있으므로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는 가까우며, 독자도 서술자의 서술을 통해 인물에 대해 알게 되므로 거리가 가깝다.

     <독자와 등장인물의 거리는 서술자와 인물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즉, 서술자가 등장 인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려 줄 때,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는 가깝게 되지만, 독자들은 자신이 인물에 대하여 생각하거나 다가가는 노력을 할 필요가 적어지므로 독자와 등장인물의 거리는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서술자가 등장인물에 대하여 객관적 태도,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을 때 독자들은 서술자의 관찰에 의해 보여지는 등장인물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추리하고 상상하고 판단하는 등의 심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하므로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3. 소설의 서술 방법

     * 산문의 기술 형태로는 흔히 설명, 논증, 묘사, 서사 등을 드는데 이 중 소설의 서술에 가까운 것은 '묘사'와 '서사'를 들 수 있다. 묘사는 사물과 일정한 현상에 대해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특질과 양상을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서사는 어떤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기술 태도이다.

* 소설의 서술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뉘어진다.

    작가가 인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가가 직접 나서서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프리드 만은 전자를 보여주기(showing)이라 불렀고 후자를 말하기(telling)라 명명했다. 정확히 부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의 개념들은 우리가 흔히 써온 '묘사'에, 후자의 개념들은 '서사'에 각각 근접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 프리드 만은 말하기와 보여주기 사이의 차이에 대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개념들 사이의 차이에 대한 물음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하였다.
telling - 진술(statement), 논증(exposition), 서술(narrative), 외연(explicit),관념(idea)
showing - 추리(inference), 표상(presentataon), 극화(drama), 내포(implicit), 이미지(image)

III. 소설의 특성

     소설의 특징과 관련해서 우리가 이해해야될 내용들은, 허구성, 진실성, 개연성, 서사성,모방 이론 등과 관련된 개념들이다.

     1. 허구(虛構)의 의미

    * 소설을 비롯한 이야기체의 문학에 있어서 일련의 사건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고 볼 수 있는 사건에서 추출된다. 그런 측면에서 소설은 일차적으로 현실 생활에 대한 모방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방성이 현실 생활을 있는 그대로 사진 찍듯이 모사(模寫)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실 생활을 모방하기는 하되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상상력의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상상력의 여과를 통해서 소설의 사건이나, 인물, 배경 등은 허구적인 속성(허구성 fictionality)을 띠게 된다.
     * 소설의 발달 과정을 보면 허구라는 개념은 소설(노벨)이 자리 잡히기 시작하면서 '현실감을 효과 있게 전달하기 위한 구성 방법'이라는 방향으로 조정되었다. 여기서 현실감이란 말은 위에서 말했듯 사실의 재생이라는 뜻 이외에 진리와 진실의 전달이라는 의미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 허구는 '진실됨'을 얻기 위한 방편이다. 현실 세계가 우연성과 개별성에 의해 지배되는 반면, 허구의 세계를 그 현실 속에서 필연성과 보편성을 찾고자 한다. 그것은 무질서의 세계가 아니라 '새롭게 꾸며진' 질서의 세계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허구란 무질서의 질서화이다
* 최재서는 [문학과 인생]에서 소설 의 세계가 현실의 위에 있는 것은 아니고 현실의 밑에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있다고 말했다.
    *소설의 세계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실제가 아니고, 작가의 주관적 상상 에 의해 창조된 허구적인 세계이다. 따라서 현실사회의 실제 인물과 소설 속의 작중 인물은 처음부터 그 세계를 달리하고 있다. 물론 그 둘은 서로 일치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소설을 생동하게 하는 흠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소설이 현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와 진실과 논리에 의해 운행되는 하나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어디까지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일상적인 현실과 다른 허구적이 현실이며, 그 허구적인 현실이 리얼리티가 획득될 때 그 세계는 생동하고 살아 있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허구(fiction)'란 말은 어원적으로는 '모양을 빚어냄' '꾸며냄' '만들어 냄'의 뜻을 지니고 있다.
* '현실'과 '허구'의 관계는 유추적 관계, 병립의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에서 유추된 그럴 듯한 (개연성 probablility) 이야기, 이것이 소설이다.

     2. 진실성(眞實性)

    * 다시 말하거나와 소설은 허구를 통하여 인생의 진실을 표현한다. 그것은 인생의 참된 모습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인생의 참된 모습을 제시하기 위하여 작가는 인간 또는 인생을 탐구한다. 소설사를 보면 신화에서 근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서사 문학은 계속하여 인간의 삶을 탐구해 왔다. 특히, 근대 소설은 중산층, 하층민, 소외 계층 등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들의 삶과 성격 창조에 역점을 두어 왔다.

    *소설의 세계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의한 질서의 세계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리얼리티(reality)가 있는 질서이다. 리얼리티는 소설 속의 필연적 인과관계에의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말한다. 소설을 소설이 되게 하는 것도 소설의 허구성에 있으며, 소설의 허구성은 리얼리티가 있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다.

    * 문학에서 말하는 진실은 일정한 사실에 결부된 것, 일정한 때와 곳의 실상을 밝히는 것(역사적 진실)과 또 개념적, 명제적, 보편적인 형식을 띠는 것(철학적 진실)으로 나뉘어져 왔다. 또한 문학의 진실은 대체로 감동의 형식을 통해서 수용된다.
* 소설에서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진리 혹은 진실은 1) 소설 작품의 문맥적 의미의 축적 2) 삶과 세계에 대한 의미화 작용 3) 작가나 독자의 주관적 인식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는 것 등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조남현, 소설원론>

     3. 미메시스 이론

    * 미메시스(mimesis)는 모방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문학에서의 모방은 리얼리즘 정신에 입각하여 대상을 그리는 것을 만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미메시스는 대상을 재현하고 재구성하는 창조적인 능력으로 재해석되었다. 리얼리즘은 이러한 미메시스의 정신을 가장 직접적이고 성실하게 구현한다.
     아우에르바흐는 일상적인 일을 진지하고 정직하게 다루려고 하는 데서 리얼리즘 정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4. 산문 형식(散文形式)으로서의 소설

    * 소설은 산문 형식의 문학이다. 율문(律文)에 비해 '덜' 비유적(比喩的)이자 '더' 서술적인 양식이다.
    * 그러면 소설이 이러한 산문을 표현 형식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하나는 복잡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알맞은 형식이 산문이며, 다른 하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자연주의적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근대 사회의 산문화 요구에 부응하여 탄생된 것이 근대 소설이다.
    * 근대 사회는 자연 과학적인 합리성, 사실성, 실증성을 중시한다. 그리하여 근대 문학도 지적인 표현, 사실적인 표현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요구에 알맞은 형식이 바로 산문이었다. 시민 사회의 새로운 문학 양식인 근대 소설은 사회의 복잡한 사상이나 감정, 흥미까지도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평이하며 동시에 유기적(有機的)인 표현 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산문 양식이었던 것이다.

     5. 서사성(narrativity)

     * 소설에는 서술자가 있다. 이 서술자가 제재가 되는 일련의 사건을 말해 준다. 이 서술자는 때로는 매우 근접해서 독자에게 그 사건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거리를 유지하는데 그 정도에 따라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이상과 같은 과정에서 생기는 서술자(narrator)의 전달 기능 및 여과, 변조 기능을 '서사성'이라고 한다.

VI. 소설의 배경(setting)

     1. 배경의 의미, 요소

    배경은 행위와 사건들이 일어나는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구체적 정황을 말한다. 배경은 인물과 사건을 생생한 것이 되도록 해 주며, 소설의 분위기를 형성해 주고, 또한 소설의 주제를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리 말하면 소설의 배경은 작품들의 환경, 즉 사건이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나타내주기 위해 작품 내의 행동과 행위의 주체들에게 시간적 공간적 세계를 부여해 주는 소설의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소설의 배경은 특별한 흥미를 주는 장면들로만 구성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실제의 지리적 장소 뿐만 아니라, 관습, 경제적 수준, 가족 유형, 음식 등을 위시한 등장 인물의 일상 생활 형태 및 직업, 그리고 사건과 행위가 일어난 시간, 기후, 계절, 역사적 기간 및 시기, 또한 등장 인물의 종교적, 도덕적, 지적, 사회적, 감정적 환경 등이 배경의 요소에 모두 포함된다.

    (1) 시간

ㄱ. 인물이 행동하고 사건이 일어나는 기간이나 시대를 말한다.
ㄴ. 시간에 배경의 중점을 둔 소설은 주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의 운명이 변화해 나가는 것을 그린다.
(2) 공간
ㄱ. 행동과 사건이 일어나는 자연 환경이나 생활 환경을 말한다.
ㄴ. 공간에 배경의 중점을 둔 소설은 시간 의식이 불분명한 대신 환경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의 성격을 그린다.

     2. 배경의 유형

배경은 보통 자연적 배경과 사회적 배경으로 나뉘지만, 현대 소설에서는 심리적 배경이나 상황적 배경이 더 중요시된다. 또한 배경을 묘사하는 작가 자신의 태도에 따라서, 주관적 배경과 객관적 배경으로도 나눌 수 있다. 크게 봐서 객관적 배경은 물리적인 배경에 속하고 나머지는 정신적인 배경에 속한다.

    (1) 자연적 배경

    자연적 배경은 인물의 행동이 발생하는 구체적 공간으로 크게는 나라나 지역,작게는 마을과 전답, 숲이나 집, 성황당, 병원, 공장, 감옥 등이 모두 자연적 배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적 배경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환경과 인공적 건조물의 환경을 모두 포함한다.

    서(西)로 멀리 기차 소리를 바람결에 들으며, 어쩌면 동해 파도가 돌담 밑을 찰싹대는 H 라는 조그만 갯마을이 있다. 더께더께 굴딱지가 붙은 모 없는 돌로 담을 쌓고, 낡은 삿갓 모양 옹기종기 엎던 초가가 스무 집 될까 말까? 조그마한 멸치 후리막이 있고, 미역으로 이름이 있으나, 이마을 사내 들은 대부분 철따라 원양 출어에 품팔이를 나간다. 고기잡이 아낙네들은 썰물이면 조개나 해조를 캐고, 밀물이면 채마밭이나 매는 것으로 여느 갯마을이나 별다름 없다. 다르다고 하면 이 마을에는 유독 과부가 많은 것이라고나 할까? 고로(古老)들은 과부가 많은 탓을 뒷산이 어떻게 갈라져서 어찌어찌 돼서 그렇다느니, 앞 바다 물발이 거세서 그렇다느니들 했고, 또 모두 그렇게들 믿고 있었다. <오영수, '갯마을' >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 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핏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묵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

    우리가 흔히 불 수 있는 배경이다. 시골을 배경으로 삼는 소설들은 대부분 위와 같은 자연적인 배경을 삽입하는데, 이러한 배경을 통하여 사건을 암시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앞날을 암시하기도 한다. 자연적 배경은 인물의 성격과 상황에 어울리게 장치하는 게 보통이다. 이때에는 배경이 인물의 성격과 상황에 대조되어 나타나기보다는 조화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오상원의 '유예'에서 끝없이 펼쳐진 눈밭이 주인공의 내면적 절규와는 무관하게 침묵에 잠겨 있듯이, 배경이 인물의 성격과 심리에 대비됨으로써 더욱 인상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2) 사회적 배경

    사회적 배경은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 종교, 문화는 물론 직업, 계층, 연령 등의 문제와 시대적 상황까지도 포함된다. 사회적 배경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 인물의 성격과 행동의 사회성을 부각시키는 일이다.
    영호가 먼저 은강 전기 제일 공장에 들어갔다. 영희는 은강 방직 공장에 들어갔다. 두 동생이 일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한 나는 은강 자동차에 들어갔다. 삼남매가 똑같이 은강 그룹 계열 회사의 공장에 훈련공으로 들어갔다. 돌아간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일을 우리는 시작했다. 우리는 큰 공장 안에서 기계를 돌려 일하는 수많은 공원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그것도 아직 기술을 익히지 못한 훈련공이었다. 우리는 그 집단 속에서도 최하 계급에 속했다.

<조세희,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

    위의 인용은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제재로 하고 있는 소설의 일부분이다. 여기서의 사회적 배경은 그들이 일하고 있는 대기업 회사의 공장이다. 그들에게 공장이라는 사회적 배경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일해야 하는 곳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마저도 그들은 가장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33번지라는 것이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한 번지에 18가구가 죽 이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 게다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다. 해가 들지 않는다. 해가 드는 것을 그들이 모른체하는 까닭이다. 턱살 밑에다 철줄을 매고 얼룩진 이부자리를 널어 말린다는 핑계로 미닫이에 해가 드는 것을 맏아 버린다. 침침한 방 안에서 낮잠들을 잔다. 그들은 잠에는 잠을 자지 않나? 알 수 없다.나는 밤이나 낮이나 잠만 자느라고 그런 것은 알 길이 없다. 33번지 18가구의 낮은 참 조용하다. 조용한 것은 낮뿐이다. 낮보다 훨씬 화려하다. 저물도록 미닫이 여닫는 소리가 잦다. 바빠진다. 여러 가지 냄새 가 나기 시작한다.

        <이상, '날개' >

    이것은 작품의 발단부인데 여기 나타난 사회적 배경은 주인공의 심리와 성격을 암시해 주고, 도시 생활의 이면과 분위기를 제시해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은 유곽이다. 이곳은 조용하고 밤에는 활기에 넘치는, 일반적인 생활과는 상반된 공간이다. 이러한 닫힌 배경과 좁은 방이라는 공간에서 주인공은 자유를 꿈꾸는 역설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3) 심리적 배경

    사건 전개보다는 인간의 내면 심리 분석을 위주로 하는 소설, 즉 의식의 흐름, 내적 독백 등을 꾀하는 심리주의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배경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조이스의<율리시스>, 이상의<날개> 등의 소설을 들 수 있다.

    (4) 상황적 배경

    실존주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배경으로서 실존적인 상황을 암시하고 상징하는 배경을 가리킨다. 카뮈(Camus) 의 <이방인>에 나타난 부조리의 상황은 권태로운 삶이라는 배경이 되고 있으며, <페스트>에 나오는 극한 상황,카프카(Kafka)의 <변신>에서 벌레로 변해 좁은 방 속에 갇혀 있는 그레고르를 통해서 제시되는 인간의 한계 상황이 소설적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사르트르(Sartre)의 실존주의 소설 < 벽 >에서의 감옥은 인간의 한계 상황과 죽음이라는 벽의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

     3. 배경의 기능

(1) 소설에서의 배경은 등장 인물의 내적 상태나 개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투영으로서의 기능, 즉 '비유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2) 배경의 또다른 기능은 일정한 분위기나 정조를 창조하는 것이다. 분위기란 인물이나 사건을 둘러싼 배경 속에서 독자가 감지하는 느낌을 말한다. 분위기는 배경 외에도 어조·시점·문체 등에 의해 구체화된다.
(3) 소설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의 기능'(settings as the dominant element)을 배경이 담당하고 있다.
(4) 배경은 작품 속에서 발생하는 시간을 활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5) 배경은 작품을 위한 특정한 지역적 배경으로서의 기능, 즉 특별한 장소의 공인된 특징을 묘사하고자 하는 욕망을 채워가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공간적 배경이나 장소가 중요시되는 소설들은 지방주의적 작품, 즉 향토색이 짙게 풍기는 작품들이다.
(6) 인식되어질 수 있고 동시에 생생하여 인상 깊게 독자의 기억에 남도록 묘사된 배경은 등장 인물의 성격과 사건에 대한 신뢰도를 그만큼 높여 주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7) 보다 한정된 목적으로서의 배경은 등장 인물의 의식 및 태도나 사회 비판적 측면을 보여 주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8) 배경에 대한 세부 묘사는 작품의 실제감과 입체감을 더해 주고, 나아가 상징적 기능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타난 배경의 기능
* 인물의 이동에 초점을 맞춘 배경의 변이 과정 정리

봉평 장 - 객주집 - 산길 (개울, 메밀밭 )- 대화장

    개울'이 담당하는 배경의 기능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 수 있으나 '혈육찾기'라는 핵심적인 모티브를 주축으로 살펴 볼 수 있다. 그 때 배경은 단순한 사건이 일어나는 환경으로서가 아니라 잊혀졌던 과거를 회상시키며, 더 적극적으로는 작품 앞 부분에서 동이와 허생원과의 다툼을 화해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런 배경은 작은 사건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플롯 진행에 독자적으로 참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럴 때, 이 작품의 후반부에서 '개울'은 동이와 허생원 사이의 혈육의 정을 강화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허생원이 개울에 빠져 동이의 등에 업힘으로써 오히려 동이에게 혈육같은 정을 느끼고, 동이의 어머니가 있다는 제천으로 가 볼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메밀꽃 필 무폅'의 정신적 배경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정신적 배경은 도시적이기보다는 향토적이고, 서사적이기보다는 서정적이다. 이러한 점은 등장 인물의 신분, 성격, 행동 등을 통해서 드러난다. 그러나 인물들의 이러한 특징 말고도 이 작품의 정신적 배경은 문화적이기보다는 원시적이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이성적이기보다는 육감적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또한 향토적이고 서정적이며 육감적인 정신적 배경은 동이와 허생원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을 이루었던 몇몇 행동 속에 철저히 투영되고 있다.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인연을 맺을 때, 동이와 허생원 사이의 관계가 암시될 때에 그 점은 잘 드러난다.

V. 소설의 인물(character)

    소설의 참다운 기능은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시대를 단순히 반영하는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인물이다.

    1. 인물의 개념

    * 인물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 즉 행위하는 주체로서 사건의 담당자이며 또한 그 사람의 성격을 뜻한다. 소설에서 인물은 단순한 등장 인물이 아니라, 고유한 개성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인물의 사고와 행동,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을 통해 주제가 실현되며, 인물의 창조가 잘 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소설의 성패가 결정된다.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거기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활동하며 사는 주체가 인간이듯이, 소설에서도 사건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 있다. 소설에서의 인물을 영어로 'character'라 하는데, 이 말은 단순한 외면적 지칭으로서의 인물만이 아니라, 성격이라는 내면적 속성까지도 의미한다. 소설이 인간의 탐구이며, 인물의 재창조하고 말하는 것도 소설에서 인물의 기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근대 소설 이후 소설은 성격의 창조, 심리의 묘사 등 인간의 내면성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인물은 소설의 중심 요소가 되었다.

    우리는 소설에 나타난 인물의 성격이 현실 생활에서의 사람들과 유사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소설에 나타난 인물은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들은 실제 인물들과는 달리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인물이 플롯, 주제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위하여 연관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포스터는 작중 인물이란 결국 작가가 자화상을 변형 내지 객관화한 끝에 얻어진 실체에 지나지 않는 다고 보았다.


    터(character)의 뜻

     캐릭터란 용어는 보통 인물과 성격의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전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개인들을 지칭하는데, 이는 소설, 희곡에서 제시되는 등장 인물로서,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속에 표현되는 도덕적, 기질적 특성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이를테면, '이 작품엔 몇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가? '라고 할 때에는 전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관심, 욕망, 감정, 도덕적 원칙들의 혼합으로 개성화된 개인을 가리킨다. '인물 A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고 할 때는 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2. 인물의 유형

    수행에 따른 유형

(1) 주동인물(protagonist) :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의 방향에 따르는 인물. 작품의 주인공 .
예) 춘향전의 춘향과 이 도령

(2) 반동인물(antagonist) :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의 방향에 역행하는 인물. 작품 속에서 주인공에 대립하는 인물. 적대적인 인물.
예)춘향전의 변 사또
중요도에 따른 유형
(1) 주요인물 : 주인공이나 그에 버금가는 중심적 인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2) 부차적인물 : 대부분 평면적으로 그려져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소설이 배경으로 삼는 시대와 사회의 총체적 모습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예) 춘향전의 월매와 방자
성격변화의 양상에 따른 유형
(1) 평면적 인물 : 작품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성격이 변하지 않고 주위의 어떠한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을 말한다. '정적인물(靜的人物)'이라고도 하며 독자에게 쉽게 파악되고 오랫동안 기억된다. 대체로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평면적 인물이다.
(2) 입체적 인물 : 한 작품 속에서 성격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인물을 말한다. '극적인물'·'발전적 인물'이라고도 하며 현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충설명 <입체적 인물과 평면적 인물>

     평면적 인물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작품 속에 등장하면 독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작품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독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다는 점이다. 즉 평면적인 인물은 성격이 고정되어 있어서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하나의 동일한 면만을 일관성 있게 유지함으로 독자에게 쉽게 파악될 뿐만 아니라 독자의 마음속에 위안을 주며, 그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래 기억된다는 점이다.

    김유정의 작중 인물들은 대부분 평면적 인물이다. '소나기'의 '춘호', '금따는 콩밭'의 '영식' 같은 인물은 모자라고 못난 인물로서 성격적 변화가 거의 없다. 전영택의 '화수분'의 인물도 평면적 인물이며,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입체적 인물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그 성격이 변하고 발전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의 성격을 변하게 하는 요인은 보통 인물의 내면적 요인이거나 환경 또는 운명이다. 그래서 입체적 인물은 복합적 인물이라고도 부른다. 현대 소설의 작중 인물은 입체적 인물인 경우가 많다. 독자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만큼 작중 인물은 성격적 변화가 두드러지고 행동의 양태가 극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의 성격 유형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성적인 인물이면서 전형적인 인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의 성격을 가진 인물들도 있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물이 더욱더 리얼리티가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분류 이외에도 주인공을 일컫는 주요 인물과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부차적인 인물, 사건 행위의 주체를 일컫는 주동 인물과 주인공의 의지나 행위에 맞서 대립·갈등을 빚는 반동 인물 등의 유형이 있다.

성격에 따른 유형

(1) 전형적 인물 : 어떤 집단·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을 말한다. 전형적 인물은 구체적 인물의 개별적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그가 속한 집단·계층의 보편적인 성격을 함께 띤다.
예) 「춘향전」의 춘향→열녀(烈女),「흥부전」의 놀부→악인(惡人)
(2) 개성적 인물 : 특정한 부류나 계층의 보편적 성격을 갖지 않고 개인으로서의 독자적 성격을 가진 인물을 말한다. 현대 소설에 보이는 다양한 개성적 인물이 이에 속한다.
예) 김동인의 「등신불」의 나, 황순원의 「학」의 성삼

    명 < 전형적 인물과 개성적 인물 >

    전형적 인물이란 어떤 사회, 집단,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인물을 가리킨다. 따라서, 전형적 인물은 일반적인 인간 체험의 결과로 나타난 보편적 전형과, 시대와 사회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난 개별적 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에 나오는 윤직원 영감은 시작부터 끝까지 수전노로서의 성격이 고정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월등한 신분을 누리면서도 악덕을 행하고 있는, 패덕한 수전노의 보편적 전형이다. 이에 반하여, '흙'의 '허숭'과 '상록수'의 '박동혁'은 특수한 시대 상황 속에서 농촌 계몽에 앞장섰던, 그 시대의 개별적 전형이다.
전형적 인물은 현실에서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는 면모를 지니므로, 실생활에서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의 행위를 자연스럽게 보여 주려는 사실주의 소설에서 제일 강조되는 유형이다. 그러나 전형의 추구는 인간을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이해하는 흠도 지니고 있다.
    개성(personality)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라면, 두드러지게 남과 다른 특성을 지닌 인물이 개성적 인물이다. 그리고 개성은 사상에서보다 감정이나 본능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날개'의 주인공 '나', '무진 기행'의 주인공 '윤회중' 같은 인물은 남달리 자의식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런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성적인 인물들이 시대적 보편성으로 확대되면 전형적인 인물로 바뀔 수도 있다.
프라이는 고대 희극과 비극에서 오늘날 작중 인물에 대한 원형을 찾아 내어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alazones(사기꾼), eiron(자기 비하자), bomolchoi(익살꾼), agroikos(촌놈)

alazones(사기꾼)은 화를 잘 내고 남에게 공갈 협박을 잘하는 인물이다. 또 내면 세계와 외면 세계 사이에서 또는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 사이에서 조화점을 찾으려다 본의 아니게 일탈되는 인물이다.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 콘라드의 로드 짐이 그런 인물이다.
eiron(자기 비하자)은 주인공의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플롯에서 발견된다. 한국 문학에서는 춘향전의 방자를 들 수 있다. 이 인물은 나중에 가서는 상전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bomolchoi(익살꾼)는 작품 전체의 구성과는 별 관계 없이 즐거움의 분위기만 돋우어 주려한다.
    agroikos(촌놈)는 인색하고 속되고 깐깐한 사람에세서 찾을 수 있는 유형이다. 이런 인물은 즐거운 분위기를 파괴해 버리고 재미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질이 있다.

     3. 인물 설정의 방법

    인물 설정이란 작가가 작품 속에서 인물을 제시하는 일체의 과정을 가리킨다. 작가는 작품 속에 제시할 인물의 종류를 선택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선택한 인물을 어떤 방법으로 제시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소설에서 인물을 설정하고 성격을 묘사하는 데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직접적 방법이요, 둘째는 간접적 방법이다. 전자를 해설적 방법, 후자를 극적 방법이라고 한다.

① 해설적 방법 (직접적 제시)
    해설적 방법은 서술자(narrator)가 인물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요약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인물의 속성을 열거하고, 그 인물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의 효과는 서술의 단순성과 서술 시간의 절약에 있다.

    익호라는 인물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XX촌에서 아무도 몰랐다. 사투리로 보아서 경기 사투리인 듯하지만 빠른 말로 재재거리는 때에는 영남 사투리가 보일 때도 있고, 싸움이라도 할 때는 서북 사투리가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지라 사투리로서 고의 고향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쉬운 일본말도 알고, 한문 글자도 좀 알고, 중국말은 물론 꽤 하고, 쉬운 러시아말도 할 줄 아는 점 등등 이곳저곳 숱하게 주워 먹은 것은 짐작이 가지만, 그의 경력을 똑똑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김동인, '붉은 산' >

    김동인의 '붉은 산'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의 인물 묘사를 하고 있는 대목인데, 해설적 방법으로 인물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직접적으로 등장 인물의 성격을 규정해 버리기 때문에 독자는 그 인물에 관하여 자기나름의 규정을 할 겨를이 없으므로 상상력이 제한되기 마련이다.

    (가) 이 때, 한양성(漢陽城) 도련님은 주야로 시서(詩書) 백가어(百家語)를 숙독(熟讀)하였으니, 글로는 이백(李白)이요, 글씨는 왕희지(王羲之)라.
(나) 길동(吉童)이 점점 자라 팔 세 되내, 총명(聰明)이 과인(過人)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百)을 통하니, 공(公)이 더욱 애중(愛重)하나, 근본 천생(根本賤生) 이라.

    (가)는 춘향전에서 이 도령의 뛰어난 능력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부분이고, (나)는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길동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부분이다

② 극적 방법 (간접적 제시)

    극적 방법은 인물들의 성격이 그들의 언어와 행동을 통해 스스로 독자에게 드러나도록 한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극에서 인물이 관객들에게 제시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극적 방법은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는 작가의 견해와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이 바로 등장 인물과 접할 수 있다. 극적 방법에서는 한 인물의 언행이 타인들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한 민물의 성격은 다른 인물과의 대응 또는 유사성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으며, 배경의 변화에 따라 형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 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중략)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황순원, '소나기' >

    위 작품에는 주인공의 행동을 통한 간접적인 심리 묘사가 매우 잘 나타나 있다. 즉, 대화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성격과 심리가 간접적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성삼이는 와락 저도 모를 화가 치밀어, 고함을 질렀다.
"이 자식아, 그 동안 사람을 몇이나 죽였어?"
그제야 덕재가 힐끗 이쪽을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거둔다.
"이 자식아, 사람 몇이나 죽였어?"
덕재가 다시 이리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성삼이를 쏘아본다. 그 눈이 점점 빛을 더해 가며, 제법 수염밭 잡힌 입언저리가 실룩거리더니,
"그래, 너는 사람을 죽여 봤니?"

    황순원의 학이다. 성삼이와 덕재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대한 적의를 간접적으로 제시하였다.

    미셀 제라파는 인물 창조 과정에서 작가들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1)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관념과 우연적인 사회적 현실 사이의 틈에 대해 날카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2) 주인공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분열 및 괴리 현상이 빚어낸 희생물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3) 작가는 이러한 분열 과정에서 작중 인물이 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 내어야 한다.
4) 작가들은 영원히 화해될 것 같지 않은 두 세계 사이를 보다 조화로운 경지로 이끌어가려 함으로써 단절의 현상을 끝내려고 한다.

VI. 소설의 주제

     1. 주제의 의미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그것이 바로 소설의 주제를 묻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소설에서 주제의식은 어떤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가를 모색한 것으로, 또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려는 모습을 제시하려 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소설의 주제는 휴머니즘으로 귀납된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사실의 진술에 머무르지 않고 그 사건의 이면에 숨은 의미를 나타내려고 한다. 이 의미가 바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며, 이 하고 싶은 말이 곧 주제이다.
     * 주제는 제재, 인물, 상황, 이야기의 뒤에 숨어서 그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작품의 통일 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품의 모든 요소는 주제의 구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motif)이다. 동기는 작가가 어떤 소재에 대하여 처음에 받은 감동인데 이 동기의 구체화가 바로 주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윤홍길의 '장마'는 작가가 친구로부터 비극의 이야기를 듣고,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서의 동기는 친구의 가족사적인 비극이 주는 아픔이라고 할 수가 있다.

     * 소설의 주제는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뜻하는 것이다.
     * 소설의 주제는 작가가 자신의 삶과 이 세계에 대해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을 구현한 것이다.
* 소설의 주제는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용해되어 나타나는 중심 사상이요, 핵심적인 의미이다.

    주제와 제재

     * 주제는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에 해당되는 것이며 제재는 주제를 낳기 위해 동원되는 재료나 근거라 할 수 있다. 제재가 특수한 상황이나 경우를 일러주는 것이라면 주제는 이러한 제재의 속성을 일반화, 추상화한 끝에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제는 추상화의 산물이지만 제재는 구체적인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가령, 현진건의 <빈처>를 예로 들자면 제재는 일제 때 어느 소설가 지망생의 무능과 가난, 아내의 희망 등이 될 것이나 주제는 지식인의 궁핍 정도로 그 윤곽을 잡아볼 수 있다. 좀더 추상화해 본다면 빈처의 주제는 '예술가 지망생의 의욕과 현실 사이의 거리'란 말로 표현 가능하다. 주제가 반복되는 것이라면 제재는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남현 소설원론>

    2. 주제의 파악

     주제는 쉽사리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는 주제와 작품 속에 잠입해 있는 함축적인 주제로 나누어진다.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같은 소설들은 주제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다. '허숭'과 '박동혁', '채영신' 등의 주인공들이 지닌 의식과 발언 내용은 작품 전체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말하자면, 그들 주인공은 작가가 지닌 사상과 감정의 대리인(代理人)에 불과하다. 그것은 곧 문학적 형상화의 미숙성을 의미한다. 주제를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그것을 외부로 드러나게 언급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 소설에 이르면서 주제의 내면화가 이루어져 왔으며, 이런 현상을 현대 소설의 특징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단일한 주제를 제 1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단편 소설에서는 주제를 파악하기 쉬우나 작가의 개성, 생활 감정, 인생관, 가치관, 같은 것이 좀더 광범위하게 반영되는 장편 소설에서는 주제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주제를 파악하는 방법

①행동을(action)을 통한 주제의 파악

     김동인의 '감자'의 경우, 주인공 '복녀'가 작품 속에서 직접 경험하는 내용이 곧 이 작품의 행동이다. '왕 서방'이 새로 장가를 들었다는 것은 이 작품의 행동이 될 수 없다. '복녀'가 작품 속에서 직접 경험하는 내용이 곧 이 작품의 액션이다. 기자묘 솥밭에서 송충이를 잡을 때부터 복녀의 인생관은 변하게 된다. 감독,거지,왕 서방 등에게 몇 푼씩의 돈을 받고 몸을 허락하는 '복녀'의 행적이 바로 '감자'의 행동이며, 이 작품의 주제 파악에 커다란 단서가 되는 것이다.
    주제가 이렇게 행동을 통하여 나타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며, 어느 작품이든지 그 작품의 주제는 행동을 매개로 하여 독자에게 전달된다. 행동을 통한 주제를 파악하는 데 있어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부차적 스토리의 전개 상황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부차적인 스토리는 행동을 보조해 주는 구실밖에는 해 주지 않는다.

② 어조(tone)를 통한 주제의 파악

     어조를 통한 주제의 파악은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태도를 중시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어조라는 것은 소재와 독자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작품 속에 반영된 것을 말한다. 하나의 사물을 작품에 나타낼 때에도 그것은 작가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편차를 가지고 다가오고, 주제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는 역설적인 어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첫 부분에 나타나는 프롤로그에서도 알 수가 있지만, 서로의 대립항을 설정하여 '골방'의 이미지와 날고 싶다는 '자유'의 이미지 등의 역설적인 상황 설정으로 주제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손창섭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조소하듯 그리고 있다.
     현대 작가 가운데 어조를 가장 잘 살린 사람은 채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태평천하'같은 작품은 거의 어조에 의해서 풍자성을 표출하고 있다.
    허리를 안아 본다면, 아마 모르면 몰라도, 한 아름하고도 반은 실히 될까 봅니다. 그런데다가도 알맞게 다섯 자 아홉 치는 넉넉합니다. 얼핏 알아듣기 쉽게 빗대면, 지금 그가 타고 온 인력거가 장난감 같고, 그 큰 대문간이 들어서기도 전에 그들먹합니다. 얼굴도 좋습니다.

        <채만식, '태평천하'>

     여기서 작가는 등장 인물의 외형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보다는 그 인물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암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허리 둘레가 한 아름하고도 반이 된다든가, 키가 알맞게 다섯 자 아홉 치라든가,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꽉 찬다든가 하는 표현은 그 의도가 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윤직원 영감을 희화화하면서 작품 전체를 풍자적으로 전개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③ 분위기를 통한 주제의 파악

     분위기는 배경이나 인물, 정황 등에 의해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정조를 말하며, 이것은 한편으로 심리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 입장에서 분위기를 고양시키려면 독자로 하여금 어떤 배경 또는 장면에 관하여 읽고 연상 작용을 일으키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작가가 의도하는 심리적인 연상 작용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이해하여야 한다.

     황순원의 단편 소설 '별', '송아지', '소나기' 같은 작품들은 분위기가 주제의 윤곽을 암시해 준다.

        현대 소설의 주제

①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인간의 본성 탐구
② 환상적, 심리적 기법에 의한 인간의 본성 탐구
③ 인간의 사회 관계, 즉 넓은 의미의 풍속에 대한 해석과 비판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

1. 작가가 직접 제시한다.
2. 작중 인물의 대화에 의해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3. 갈등 구조와 그 해소를 통해 제시한다.
4. 심상과 상징에 의해 암시한다.
5. 어구나 분위기에 의해 주제를 환기시킨다.

    3. 소설의 요소들과 주제와의 관련성

    유기적 구조 :

소설의 요소들은 주제를 향하여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요소가 어떤 구실을 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그 소설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이 된다.

    구성과 주제 :

    작품의 주제는 결국 구성에 의해서 드러난다. 황순원의 「학」의 경우, 순행적 '길'의 구조에 역행적 회상의 구조를 더함으로써 '우정의 회복을 통한 인간성의 옹호'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체와 주제 :

    서술에 의한 주제의 요약적 제시, 묘사나 대화에 의한 주제의 극적 제시 등 소설의 주제는 문체에 따라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시점과 주제 :

    서술자의 위치와 성격은, 작품과 독자의 거리와 작가의 인생관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주제를 형상화한다.
배경과 주제 :

    배경은 등장 인물의 활동 공간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서서 주제를 향하여 통일성 있게 배치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한다


VII. 소설의 문체와 어조

     1. 소설의 문체

    문체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 크게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문학 작품에서만 사용되는 특수한 문장 표현 방식으로 문학적 언어, 시적 언어라고 불리어진다.
둘째로, 어느 특정한 역사적 시기 도는 문화권에서 독특하게 사용되는 언어 체계나 표현 방식을 뜻한다.
셋째로, 작가가 언어를 선택하고 질서화하며 배열하는 개성적인 방법을 가리킨다.
    소설은 인생을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가공의 이야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소설가가 사용하고 있는 구체적 언어이다. 소설에 있어서의 언어는 정보 전달 또는 진술된 의미를 가리키는 내용적 측면과, 미적 자질 또는 독자의 감정적 반응을 좌우하게 되는 형식적 측면의 두 요소를 지니는데, 문체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소설에서의 문체는 작가 정신과 기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러므로 문체를 어느 틀에 맞춰 분류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문체는 작가의 수만큼 많다고 할 수 있다. 이광수의 평이하나 설교자연하는 어투, 김동인의 단속적인 간결체, 염상섭의 지루할 정도의 만연체, 현진건의 아이러니컬한 문체 등등. 문체는 문장 기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체는 문장과는 달리 그 작가의 기질과 정신 세계에 깊이 관계되어 있는 작가의 인생관이라 할 것이다.

    또한, 문체는 제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주제를 암시하는 방편이다. 방대한 제재와 뛰어난 기법에 의하여 위대한 사상을 형상화하려 해도 문체에 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문체는 소설을 소설되게 하는 중요한 형태적 요소이다.

    앞에서 '문체는 작가 정신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 몇몇 작가의 예를 통하여 이 사실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최서해는 극한 상황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극단적 행위를 표현하기 위해서 서간체를 사용한다. '탈출기', '전아사'가 대표적인데, 작가는 이들 작품을 감정적이고 분노에 찬 음성으로 채우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간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서간체는 상대방(독자)에게 이해를 바라는 절규--- 내면적이건 외면적이건, 크건 작건--- 의 문체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홍염', '큰물진 뒤', '기와와 살육' 등에서는 정경(情景)묘사체를 기본으로 한다. 작가는 관념의 도입을 가능한 한 억제하면서 극적인 정경을 생생하게 제시하여 독자의 감정적 흥분을 기대한다. 이러한 문체는 작가가 지닌 시대적 증오와 원한, 그리고 그것을 청산하는 기쁨을 독자와 공유(共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황순원은 함축성 있는 서정적 문체가 특징적이다. 그의 소설에는 짙은 감정이 배어 있는 어휘가 많이 사용되며, 그 감정은 부사의 적절한 사용과 정확한 쉼표(,)에 의해서 차분히 절제된다. 행갈이가 거의 없고 사건 전개에 속도감이 없다. 이러한 문체는 심리 묘사나 분위기 조성에는 큰 역할을 한다. 반면에, 인물의 성격에서 빚어지는 드라마를 다루기에는 알맞지 못한 문체이다. 그의 소설이 외부 정경이나 내면 심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문체의 특징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장용학의 경우는 더욱 특정적이다. 그는 일본어로 초급 교육을 받았으며, 그 이후에도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에 속하는 작가이다. 쉽게 말하면, 일본어로 느끼고 사고하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한 작가에게 습작기의 언어 체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장용학의 경우는 한국적 정서 파악에 취약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그의 문체에는 우리의 토착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주로 관념적 어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포함해서 모든 예술을 관념과 논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므로 그는 그 어휘들을 비틀고 왜곡시킨다. 그 바람에 그의 문체는 서툴고 과격하다. 이것이 그의 문체를 난해하게 만든 근본 이유이다. 따라서, 장용학의 소설은 사실주의와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그렇게 과격하고 자유 분방한 사변적 문체로는 이 현실을 정밀하고 조리있게, 그리고 생활의 숨결이 담겨 있게 그려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체를 이야기할 때 항상 인용되는 것이 '문체는 바로 그 사람이다.' 는 뷔퐁의 명제인데, 이 명제야 말로 '정신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는 의미를 가장 압축적으로 제시한 말일 것이다.


        <보충 자료>

     1. 문체의 개념

    원래 라틴어 stilus에서 유래한 말로써 글씨를 쓰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다. 문체란 문장에 나타난 작자의 개성(style), 즉 문장의 개성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른 문장과의 단순한 차이점이나 특이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완성된 품격으로서의 개성적 특성을 의미한다.

     2. 문체의 요소

     소설은 화자가 말하는 지문과 등장 인물이 말하는 대화로 이루어진다. 소설의 문체는 이 양자를 통하여 구체화하는데, 그 구체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서술
ㄱ. 인물, 배경 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다.
ㄴ. 서술은 해설적이고 추상적이며 요약적인 표현으로서 소설을 출발시키고 그 템포를 빨리 진행시킨다.
2) 묘사
ㄱ. 작가가 객관적인 위치에서 인물·배경·장면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어 구체적인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시켜준다.
ㄴ. 고대 소설이 서술 중심이라면, 근대 소설은 묘사 수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하였다.
3) 대화
ㄱ. 등장 인물의 말을 뜻한다.
ㄴ. 사건을 전개시키고 인물의 행동 및 심리를 그려낸다.
대화의 요건
*줄거리의 전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
*말하는 상황과 처지에 알맞아야 한다.
*자연스럽고 참신하며 압축적으로 구사되어야 한다.

※ 문체에 대한 정의

1. 문체란 문법학이나 수사학의 유형이 아니라 작가 특유의 감정, 사상 또는 그러한 체계를 정확하게 전하는 언어의 한 특질이다
2.스타일은 곧 주제다.(Style is subject.)
3. 문체는 사람이다.뷔퐁

※ 문체의 구분

1. 작가의 특이성으로서의 문체
2. 표현 기교로서의 문체
3.보편적 의미 내용이 작가의 개성적인 표현을 통하여 결실되고 구현된 경우의 문체
세 번째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소설의 문체이다.
J.M.Murry <문체의 문제(The problem of style)>에서


    2. 소설의 어조 (語調, tone)

(1) 어조의 개념

     어조란 작품에 나타나는 작가의 태도이다. 즉,인물이나 소재 혹은 독자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의미한다. 작가는 한 인물에 대하여 동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가 곧 어조이다. 즉, 소설에서 언어의 기교적인 배열로 인해 전달되는 화자의 정서적 태도와 느낌, 문학 작품에서 언어에 의해 나타나는 분위기, 기분(mood)을 의미한다.
소설에서 어조는 문체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흔히 문체에서 연유하는 어떠한 효과도 문체가 어조 설정에 기여하는 만큼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하여 문체가 수단으로, 어조가 목적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2) 어조의 성격

1) 어조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2) 이러한 분위기는 작품의 총체적 의미나 주체 의식을 간접적으로 밝혀 주는 기능을 한다. 즉, 어조는 작품의 주제와 깊은 연관은 갖는다.

(3) 어조의 종류

     반어적, 풍자적, 객관적, 냉소적, 낙천적, 해학적, 비극적 태도 등을 들 수 있다, 채만식은 풍자적 어조를 즐겨 쓰며, 김유정의 소설에는 해학적인 어조가 많이 나타난다. 한편, 손창섭은 냉소적인 태도를, 현진건은 반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1) 해학적 어조 : 익살과 해학이 중심을 이루는 어조 점순이는 뭐 그리 썩 예쁜 계집애는 못 된다. 그렇다고 개떡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꼭 내 아내가 돼야 할 만큼 그저 툽툽하게 생긴 얼굴이다. 나보다 십년이나 아래니까 올해 열 여섯인데 몸은 남보다 두 살이나 덜 자랐다. 남은 잘도 훤칠히들 크건만 이건 위아래가 몽톡한 것이 내 눈에는 하릴없이 감참외 같다. 참외 중에는 감참외가 제일 맛좋고 예쁘니까 말이다. 동글고 커단 눈은 서글서글하니 좋고 좀 지쳐 찢어졌지만 입은 밥술이나 톡톡히 먹음직하니 좋다. 아따 밥만 많이 먹게 되면 팔자는 고만 아니냐.해설 : 김유정의 '봄봄'이다. 점순이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어리숙하고 익살스러운 말투로 웃음을 자아낸다.

     (2) 반어적 어조 : 진술의 표리를 가지거나 상황이 대조에 의한 어조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던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 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중략>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뺏뺏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에게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해설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다. 아침부터 벌이가 좋아 '운수 좋은 날'이라고 여긴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죽어 있었다. 여기서 '운수 좋은 날'이란 말은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의 반어로서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

(3) 풍자적 어조 : 부정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공격적 어조

     초리가 길게 째져 올라간 봉의 눈, 준수하니 복이 들어 보이는 코, 뿌리가 추욱 처진 귀와 큼직한 입모, 다아 수부귀다남자(壽富貴多男子)의 상입니다.
나이? ……올해 일흔 두 살입니다. 그러나 시삐 여기진 마시오. 심장 비대증으로 천식기가 좀 있어 망정이지, 정정한 품이 서른 살 먹은 장정 여대친답니다. 무얼 가지고 겨루든지 말이지요. 그 차림새가 또한 혼란스럽습니다. 옷은 안팎으로 윤이 지르르 흐르는 모시 진솔 것이요, 머리에는 탕건에 받쳐 죽영(竹纓)달린 통영갓이 날아갈 듯 올라앉았습니다.
발에는 크막하니 솜을 한 근씩은 두었음 직한 흰 버선에, 운두 새까만 마른신을 조그맣게 신고, 바른손에는 은으로 개 대가리를 만들어 붙인 화류 개화장이요, 왼손에는 서른네 살박이 묵직한 합죽선입니다.
     이 풍신이야말로 아까울사, 옛날 세상이었더면 일도(一道)의 방백(方伯)일시 분명합니다. 그런 것을 간혹 입이 비뚤어진 친구는 광대로 인식 착오를 일으키고, 동경·대판의 사탕장수들은 캬라멜 대장 감으로 침을 삼키니 통탄할 일입니다.
    해설 : 채만식의 '태평천하'이다. 이 작품의 풍자는 반어를 통한 부정적 인물의 희화화(戱畵化)에 의해 이루어진다. 겉으로는 추켜올리면서 실제로는 격하시키는 반어적 표현으로 윤 직원 영감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 보충자료 >

     소설의 경우, 토운 은 작가가 취하는 시점이나 서술의 각도를 언어 질서로 구체화한 것을 뜻한다. 그런데 토운은 실제 작품에서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그 해당 작품의 총체적 의미나 주제 의식을 간접적으로 밝혀 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토운은 서술 방법이나 시점에 관한 보충 개념이 되면서 동시에 주제와도 깊은 연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시골에서 머슴 사는 주인공을 나레이터로 설정하고 있는 김유정의 <봄,봄>은 투박한 시골말을 다수 사용하여 익살과 소박성을 지배적인 토운으로 깔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섯 살 난 소녀를 관찰자로 내세움으로써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는 일단 순진성의 토운을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섯 살 난 소녀의 눈과 감수성의 망에 잡혀 들어온 내용만을 다루고 있음으로써 이 소설은 자동적으로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방 아저씨와의 관계를 낭만적인 토운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최서해의 <탈출기>가 유지하고 있는 토운은 일면 비장하면서도 엄숙한 느낌마저 준다. 이 작품은 <봄, 봄>과 마찬가지로 일인칭 주인공 화자의 시점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 고통을 만나는 방법의 면에서는 <봄,봄>과의 '장마'는 작가가 친구로부터 비극의 이야기를 듣고,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서의 동기는 친구의 가족사적인 비극이 주는 아픔이라고 할 수가 있다.

* 소설의 주제는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뜻하는 것이다.
* 소설의 주제는 작가가 자신의 삶과 이 세계에 대해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을 구현한 것이다.
* 소설의 주제는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용해되어 나타나는 중심 사상이요, 핵심적인 의미이다.
= 주제와 제재

* 주제는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에 해당되는 것이며 제재는 주제를 낳기 위해 동원되는 재료나 근거라 할 수 있다. 제재가 특수한 상황이나 경우를 일러주는 것이라면 주제는 이러한 제재


VIII. 소설의 갈래

     1. 길이에 따른 분류

① 단편 소설

(1) 200자 원고지 100매 내외의 분량이다.
(2) 분량이 짧은 만큼 압축의 기교, 기지, 해학 등이 필요하다.
(3) 단일한 주제, 성격, 사건을 긴밀하게 구성하여 통일된 인상을 준다.
(4) 인생의 한 단면을 제시하며, 주인공은 평면적 인물이 적합하다.

② 중편 소설
(1) 200자 원고지 300매 내외의 분량이다.
(2) 단편 소설처럼 구성의 긴밀성을 유지하나, 인물 성격, 주제, 사건의 발전 등은 장편 소설과 비슷하다.
(3) 사회와 인간을 전체적으로 그린다.

③ 장편(長篇) 소설

(1)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내므로 규모가 크고 구성이 복잡하다.
(2) 인간에 대한 통찰 곧 사상성이 요구된다.
(3) 상황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입체적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대하 소설 :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포괄적으로 그리거나 한 가족이 세대를 이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해 나가는 대 장편 소설
장편(掌篇) 소설 : 가장 짧은 형식의 소설로 200자 원고지 20~30매 이내의 것, 아주 작은 이야기를 함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 꽁뜨(conte)라고도 한다.

     2. 의도에 따른 분류

① 본격 소설
(1) 작품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소설
(2) 정치적 목적, 교훈성을 반대하는 순수 소설이다.
② 대중 소설
(1) 흥미 본위의 소설로 흔히 풍속 소설이라 한다.
(2) 예술성은 별로 고려하지 않으며 상업적 성격을 띤다.
(3) 특히 남녀 간의 적나라한 애정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통속 소설'이라고 한다.

     3. 화자의 위치에 따른 분류

① 1인칭 소설 : 화자가 '나'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 신변 소설, '심경 소설', 일본의 '사소설'
② 3인칭 소설 : 화자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4. 인물의 묘사 방식에 따른 분류

① 성격 소설 : 인물의 성격 묘사를 주로 한 소설
② 심리 소설 : 인물의 내면 의식의 흐름을 주로 묘사하는 소설


        *참고 자료

     골드만의 설명에 의하면, 루카치는 주인공의 존재 양식을 기준 삼아 19세기의 소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고 20세기 (1920년대)에 와서 이 세 가지 유형에 한 가지가 첨가되었다고 보았다.

1)추상적 이상주의 소설

복잡한 세계와 연결된 주인공의 행동 양식이 아주 좁은 의식, 즉 맹목적 신앙에 가까운 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소설 형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인공은 자기 나름의 일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데 거의 광신에 가까운 형태를 취한다. <동키호테><적과 흑> 등이 좋은 예가 된다.

2) 심리 소설

이는 작중 인물의 내면생활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소설 유형이다. 주인공의 수용 세계와 의식 세계가 아주

IX. 갈등과 플롯 구성

     1. 갈등 (conflict) : 의지적인 두 성격의 대립 현상. 인물과 인물, 인물과 환경 사이의 갈등을 '외적 갈등(external conflict)' 이라 하고, 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내적 갈등(internal conflict)' 이라고 한다.

    * 갈등의 양상

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 : '학', '무녀도', '동백꽃'
② 인간과 사회 사이의 갈등 : '상록수', '레디 메이드 인생'
③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 : 박화성의 '한귀(旱鬼)'
④ 인간과 운명 사이의 갈등 : '바위', '갯마을'
⑤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 사이의 갈등(한 인간 내면의 갈등) : '금당 벽화', '등신불'

     2. 플롯(plot) : 흔히 구성 또는 얽어짜기로 번역되는데, 소설 작품에서의 '사건의 틀'로 사건이 짜여져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일컫는다. 스토리는 이야기 줄거리 자체로서 사건의 전개만을 의미하지만, 플롯은 사건이 전개되거나 반전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한 줄거리는 아니며 오히려 인과 관계의 완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플롯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다섯 단계를 지니며, 현대 소설에 오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분류법은 실제로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3. 구상 :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 전에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착상이 있어야 한다. 작가의 착상은 작품에 있어서는 시초에 불과한데, 그것이 집필로 적용되기까지는 실로 오랜 세월과 고민을 거쳐야만 한다.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것이 착상의 시초라면, 그 시초는 모호하거나 아무런 구체적 형태도 가지지 않는다. 선명한 인상을 떠 올리고 불필요한 인상을 지워 나가며, 서사적 흐름을 조절하고 사건과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련의 정신적 고뇌가 필요하다. 그런 뒤에야 집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상이란 착상과 집필의 사이에 가로놓이는 정신의 모든 움직임을 말한다. 따라서, 그것은 작가의 의도 속에다 작품의 전모를 그려 넣는 과정이고, 생각을 얽어 짜는 과정이다.

     4. 구조 :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내부 요소들이 맺고 있는 상호 관계 및 그것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지칭하는 말이다. 블럭으로 기차를 만든다면, 기차는 하나의 전체이며 하나의 구조이고, 각각의 블럭들은 기차라는 구조의 구성 요소이다. 소설에서 본다면, 완성된 한 작품만이 전체가 아니라 소설의 한 단락, 한 문단도 전체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들은 이들 나름대로의 부분을 가지고 있는 전체이자 더 큰 전체의 어느 한 부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각각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문학이 언어에 의한 구조물이라는 인식하에서 현대에 오면서 구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져 가고 있다.

2002-12-08 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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