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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의 서사연구실 게시판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공간의 상징적 의미
  이영식
  


[도서] 마당을 나온 암탉 사계절 아동문고 040
황선미 글/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2년 04월

서사에서 공간은 세가지 기능을 지닌다. 첫째는 물리적 환경으로 등장인물들이 실제 숨쉬고 활동하는 공간, 둘째는 이야기의 줄거리와 구조를 결정하는 서사적 기능, 셋째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공간이 그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서사에서 이러한 공간의 기능들을 매우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양계장을 비롯하여 마당과 저수지, 하늘은 조류들이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이다. 잎싹이가 자신의 알을 품어 병아리를 길러보기로 결심하면서 양계장을 탈출하여 농가의 마당에서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것, 결국은 그곳에서 정착을 거부당하고 저수지에서 초록머리를 키워낸다. 마지막으로 죽어서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공간의 확장구조는 그대로 줄거리와 작품의 구조와 주인공의 자아가 확장되어 가는 과정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이 작품의 공간들의 상징성에 대해서 좀 더 관찰해보자.

<양계장>-철저하게 인간성이 말살되는 착취와 억압의 공간

혹시 여러분은 양계장을 직접 방문해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예전에 어떤 양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충격으로 계란요리와 닭고기 요리가 맛이 없어지고 말았다. 책에 묘사된 대로 양계장에 갇힌 난종용 암탉의 삶이란 그야말로 처참하였다. 시골에서 태어나 닭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만 보아왔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운동을 억제하기 위해 자기 몸을 앞뒤로 돌릴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앞으로는 먹이를 먹고 뒤로는 배설과 알을 낳도록 설계된 닭장! 거기다가 더 많은 알을 낳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밤에도 대낮같이 불을 밝혀 자연의 시간마져 조작하는 환경! 이런 환경에서 낳은 달걀이 온전할 리 없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나의 생각이다. 난종용 암탉은 식용 알을 낳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자유도 삶의 의미도 행복도 허락되어 있지 않다. 마치 과거 청계천에 즐비했다는 봉재공장처럼 말이다. 오늘날도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노동환경이나 사회환경,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하여 자신의 유익만 추구하는 환경은 모두 양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마당>안전을 보장하지만 철저히 폐쇄된 공간

잎싹이 양계장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도 다시 농가의 마당으로 돌아온 까닭은 거기에서 안전과 소속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당은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수탉이 대장이고 개는 문지기이며 오리와 암탉들은 구성원들이다. 특히 문지기인 늙은 개는 이들의 천적인 족제비로부터 안전을 지켜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잎싹은 안전과 소속을 보하기 위해 온갖 굴욕을 참아가면서 이곳에 적응하고자 하지만 그들의 폐쇄성은 바위처럼 단단하기만 하다.

아직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들을 배척하고 무시하고 편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런 사회는 농장의 마당에 다르지 않다. 그 폐쇄성과 편견은 너무나 뿌리 깊은 것이어서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벌어진 경찰들의 흑인 소년 학살(저항하지 않는 자세에서 경찰이 쏜 총에 6발이나 맞았다고 한다)이나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따돌림, 편견은 아직도 우리가 마당공동체를 넘어서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저수지>-도전과 자아실현의 공간

잎싹은 마당이 제공하는 안전과 소속을 포기하는 대신 자유와 도전, 자아실현의 길을 선택한다. 그곳이 바로 저수지다. 저수지에서의 삶은 생존과 안전을 스스로 해결해야만한다. 족제비의 공격을 늘 걱정해야하고 먹을 것도 알아서 찾아내야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완전히 야생의 공간이다. 자유와 꿈을 실현하려면 안전과 소속과 같은 익숙한 욕구들을 포기해야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자유와 꿈을 찾아 자신들의 고국을 떠나 화물열차에 몸을 싣고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아프리카 청년들이 떠오른다. 또 터키의 높은 산맥을 걷고 걸어서 프랑스에 들어간 아프리카 청년들도 떠오른다. 그들이 잎싹이처럼 꿈을 이루기를 기원해본다.

내가 스물 여섯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 서울에 대학생이 되어 가던 날도 떠오른다. 단지 합격통지서 하나 손에 쥐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었지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기도 했었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서울은 잎싹이의 저수지였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소속과 안전을 포기하면 어디든지 저수지가 될 수 있다.

<하늘>-자아 초월의 공간

"눈앞이 차츰 밝아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보였다. 정신도 말끔하고 모든 게 아주 가붓했다. 그러더니 깃털처럼 몸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크고 아름다운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잎싹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랬다. 모든 것이 아래 있었다. 저수지와 눈보라 속의 들판, 그리고 족제비가 보였다. 비쩍 말라서 축 늘어진 암탉을 물고 사냥꾼 족제비가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191)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싹이 모성애를 이룬 자아실현으로 끝나지 않는 다는 점이 매력이다. 자아실현을 넘어서 자아 초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족제비들의 새끼를 위해서 자신의 육신을 내어놓는 먹힘의 사랑을 보여준다. 마치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이루셨던 살신성인의 모습이다. 그런 경지의 성취는 땅의 공간으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하늘이 등장한다. 나의 이기심을 넘어서 타인의 행복과 성장을 추구한다면 사실 그는 하늘을 사는 사람이다. 닭은 창공을 날 수 없지만 잎싹의 정신과 삶은 하늘을 날 수 있다. 자기를 초월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2014-08-27 17: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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