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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의 서사연구실 게시판입니다.

  서사의 화자와 시점의 문제
  이영식 [ E-mail ]
  


화자와 시점에 관한 교과서적인 분류는 실제 작품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너무 단순하여 몸을 옷에 맞추려는 것처럼 무리가 있었다. 즉 1인칭으로 기술되는지 아니면 3인칭으로 기술되는지 하는 인칭의 문제, 화자가 작품의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그리고 화자가 등장인물보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관찰자인지 전지적 입장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양 극단 사이에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으며 화자와 등장인물들 간의 심리적 거리, 톤, 태도와 같은 요소는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김민수(2002)에 따르면 화자란 작가가 소설 속에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전략적 장치이다. 다시 말해서 화자는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어떤 역할(role)이자 기능(function)이다. 또한 제라르 주테트가 주장하는 화자의 다섯가지 기능을 소개한다.

화자는 첫째,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서술적인 기능(narrative function)을 담당한다. 어떤 화자도 이 기능을 외면하면 화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둘째, 화자는 스토리의 접합, 연결, 상호 관계 등 내적 조직에 대해 무대 감독처럼 지시해 주는 '지시적적 기능'(directing function)을 한다. 셋째, 화자는 수화자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전달하는 '목적행위기능
'(conative function)
을 한다. 넷째로 화자는 어떤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인 기능'(emotive function)을 한다. 다섯째로 화자는 어떤 행위나 사건에 대해 설명이나 해석, 논평, 정당화 등을 시도하는 등 '증명하는 기능'(testmonial function)혹은 이데올로기적 기능(ideological function)을 담당한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이 하나의 소설에서 모두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며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소설은 화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하는 서사물이다. 다시말하여 화자는 소설이라는 가상세계와 독자가 놓인 현실 세계의 경계선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화자의 위치, 인식능력, 인격성, 신뢰성 등은 각각 다양한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결합될 수 있기 때문에 화자의 모습은 무한히 다채로울 수 있는 것이다. 화자는 스토리 세계 안에 자리잡을 수도 있고 스토리 밖에 위치하여 목소리만 들릴 수도 있다. 화자가 스토리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전지적 능력을 부여받을 수도 있고 스토리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거나 제한적으만 알고서 서술할 수도 있다. 화자가 인격적 존재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극화된 화자'로 부르고 그 반대편에는 화자의 존재성 자체가 은폐되어 있는 '극화되지 않은 화자'가 있다. 화자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 신빙성 있게 설정되는가에 따라 '신빙성이 있는 화자'(reliable narrator) 일수도 있고 '신빙성이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정도만 고려하면 화자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위에서 말한 양극단 사이에 수 많은 스펙트럼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자의 문제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화자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 시점이 있다. 시점은 스토리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서 소설에서 서술하는 주체와 스토리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인식에 기초한 개념이다. 즉 '누가 보는가'와 '누가 말하는가'를 구별하는 문제이다. 화자가 서술의 일차적인 주체라고 할 때, 반드시 그 화자가 스토의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주체인 것은 아니다. 화자는 직접 스토리의 세계를 인식하고 서술할 수도 있지만 특정한 인물의 위치나 시각, 그리고 관점을 활용하여 서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시점은 단순히 시각적인 위치만이 아니라 관점의 의미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육체적 지각뿐만 아니라 심리적, 세계관의 차원도 포함한다. 김민수(2002)는 신경숙의 [외딴 방]이라는 소설을 예로 들면서 일인칭으로 등장하는 '나'라는 '서술적 자아'와 인물 역할을 하는 '나'를 '경험적 자아'로 설명하고 있다. 서술적 자아가 누가 말하는가에 상응한다면 경험적 자아는 누구의 시각으로 보는가의 질문에 대응한다. 시점은 '서술의 초점'이나 '초점화'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초점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을 '초점화자'라고 부른다. 시점에 관하여 정밀하게 분석한 학자는 수잔 스나이더 랜서(1998)라는 여성 서사학자이다.

시점(視点)이란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시각으로 결코 몇가지 단순한 틀을 가지고 다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시점의 시학' 저자인 수잔 스나이더 랜서(1998)는 인간의 인지 행위를 '인지자의 인지대상에 대한 관계'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즉 서사물에 있어서 화자의 언화행위와의 관계, 수화자(narratee)의 관계, 그리고 '말해진 내용'과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각 요소들을 탐색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상세하게 다루어 줌으로써 시점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보다 자세한 개관은 씽크와이즈 파일로 된 마인드맵을 열어보시기 바람)

그녀는 텍스트의 의사소통 구조와 시점의 세가지 차원인 자격(status), 접촉(contact), 그리고 입장(태도)를 결합시켜 오른쪽과 같이 서사물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왼쪽 밑으로는 줄에는 발신자 그룹을 나타내는데 역사적작가-->허구적 목소리-->공적화자-->사적화자-->초점화자-->인물 순으로 늘어서 있고 오른쪽 밑으로는 수신자 그룹으로서 역사적(현실적 청중)-->허구외적 독자-->공적 피화자-->사적 피화자-->관망자-->인물이 서로 대응된다. 발신자와 수신자는 어떤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접촉'(contact)라 하고 발신자 그룹은 수신자 그룹에 대하여 어떤 자격(status)과 입장이나 태도(stance)를 가지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메시지는 수신자와 발신자의 층위에 따라 다르게 이름이 붙여지는데 역사적 작가가 역사적 청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텍스트'(text)이고 허구적 목소리가 허구적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허구'(fiction), 공적화자가 공적 피화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스토리'(story), 사적 화자가 사적 피화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장면', 초점화자가 관망자(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행위묘사', 등장인물이 등장인물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대화'로 명명하였다.

1. 자격(STATUS)

여기서 자격이란 소설에서의 화자가 자신의 발화에 대하여 어떤 자격이나 권위를 부여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랜서(1998)는 우선 진술적 권위와 모방적 권위로 구별하고 다시 진술적 권위는 작가적 권위와 사회적 정체성이 어떠한지를 살핀다. 작가적 권위는 화자가 작가와 동일한 권위로 등장할 수 있고 분리되어 있을 수도 있다. 화자의 목소리는 3인칭과 1인칭의 양극이 있는데, 이 사이에 적어도 다섯가지 정도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즉 화자가 소설 속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목격 참여자로 등장하는 경우,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경우, 부인물로 등장, 단일 주인공, 화자 자신이 주인공인경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것이다. 작가적 권위를 부여받은 화자는 사건의 진행에 있어서 어느 정도 아는지에 따라 전지와 제한의 양극단이 있다. 전지는 모든 사건을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이고 제한적인 경우는 특히 화자가 소설 속의 등장인물 가운데 한 캐랙터로 설정되어 있을 경우이다. 전통적으로 화자가 3인칭 외부 시점인 경우는 소설의 모든 전말을 다 아는 것으로 설정되며 소설 속에 한 인물로 설정된 경우는 인지적 제약을 받는다. 예컨대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동화는 네 명의 다른 화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관점으로 공원에서 경험한 것을 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화자가 바뀜에 따라 같은 사건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고 기술되는지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또다른 예로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라는 단편에서 화자는 어머니의 어린 딸로설정되어 그녀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를 묘사함으로서 미묘한 효과를 살리고 있다. 만약 이 소설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다 아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기술된다면 영판 다른 소설이 되고 말 것이다.

작가적 권위가 부여된 화자와 관련하여 또하나 고려할 요소는 지시물과 관련된 것이다. 즉 화자가 보고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인지 혹은 완전히 창조된 것인지 양극단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화자의 보고가 역사적 사실, 혹은 현실적으로 경험한 경험담에서, 형식적 리얼리즘, 환상, 패러디의 기생적인 형식, 맨 반대쪽에는 창조(패러디)가 위치한다.

화자는 모방적 권위가 부여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정직성과 신뢰성, 그리고 서술적 능력의 정도에 따라 평가될 수 있다.

2. 접촉(CONTACT)

접촉은 화자가 그의 청중과 맺고 있는 관계의 양태를 말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계에서 말했는가 하는 것이 의미를 결정한다. 같은 발화자와 수화자라 할지라도 관계의 질에 따라 의미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접촉의 문제는 서사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다.

접촉과 관련하여 고려할 요소들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직접적인지 혹은 간접적인지, 수화자에 대한 태도, 그리고 피화자의 듣는 태도 등이다. 방식은 화자와 피화자가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지 하는 것으로 집적 대화에서부터 일방적인 전달, 간접적인 전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화자가 수화자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지니고 말하는지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꼭같은 말이라도 관계의 질과 종류에 따라서 전혀 다른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금슬이 무척 좋은 남편이 아내에게 한 말인 경우와 이혼 직적의 부부사이에게 오고간 말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수화자의 정체성 문제 역시 메시지의 의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을 꼭 같은 인물이 발화 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연인에게 한 말과 자동차에게 한 말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입장(STANCE)

입장(STANCE)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태도를 일컫는 말로 서사에서는 화자가 말해진 내용(텍스트나 스토리)에 대한 태도를 가리킨다. 화자가 말하는 태도는 진술인지 모방인지, 시-공간에 대한 태도, 심리적 거리나 친근성, 이데올로기적인 입장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연구가 적은 편인데 수잔 스나이더 랜서는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영상 서사의 화자와 초점 문제

영상 서사에서의 화자와 초점의 문제는 문자서사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차원을 포함한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문자 서사와 달리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싯점과 음향의 싯점, 그리고 화자의 시점이라는 차원이 서로 어울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다가 영화의 다양한 카메라 기법들이 연결되면서 참으로 다양한 시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잔 스나이더 랜서, 김형민 역/ 시점의 시학/ 좋은 날, 1998. p.226.)

[참고문헌]

김민수(2002). 이야기: 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 서울: 거름

수잔 스나이더 랜서(1998), 김형민 역 . 시점의 시학 서울: 좋은 날.

서정남(2004). 영화서사학. 서울: 생각의 나무.

2004-10-16 23: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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