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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글모음 게시판입니다.

  [서평] 최성애의 <부부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해냄, 2005)를 읽고
  이영식
  


I.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구약성경 아가서 2장에 있는 말씀이다. 포도원을 허는 것은 호랑이나 코끼리가 아니라 하찮게 보이는 작은 여우이다. 크고 강한적은 쉽게 분별이 되기때문에 방비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작은 적은 무시했다가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부부공동체를 위협하는 적은 외적과 내적을 구별해 볼 수 있다. 원가족의 간섭이나 불륜을 소재로 다루는 대중문화, IMF같은 경제적 위기는 외적이다. 하지만 항상 내부에 있는 한 사람의 적이 외부에서 공격하는 몇 소대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저자는 이혼을 불러오는 악습 네가지를 철저하게 해부하고 그 대책을 조언하고 있다. 비난, 경멸, 부정적인 자기방어, 그리고 담쌓기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부부의 대화에 침투해 있고 습관적인 경우가 많아서 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무서운 적이다.

그럼 어떻게 가정이라는 행복한 동산을 허는 여우를 잡을 것인가? 먼저 비난은 배우자가 자기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욕구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나쁜 습관이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맨날 늦게 들어온다고 비난하기보다 "당신이 적어도 몇 시까지는 집에 왔으면 좋겠다."라고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반복되는 비난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욕구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혀서 관계를 악화시킨다. 그래서 비잔은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해주는 것이라 해도 정서 통장의 고갈을 불러일이킨다.

경멸은 비난보다 독소가 몇 배는 강한 독약이다. "어쭈, 꼴값 떠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등등. 이런 말은 자기는 도덕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려 놓고 상대방의 인격은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는 못된 태도이다. 이런 경멸의 말을 자주 들으면 자존심과 자아 존중감에 큰 상처를 입고 치유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된다. 경멸은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나는 경멸한 적 없어요."라고 발뺌하지 말고 자신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 글을 쓰다보니 한 부부의 사례가 생각난다. 어떤 부부이 중년에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이가 유산되고 말았다. 아내는 시간이 좀 지나도 몸과 마음 모두 다운 되어 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잠자리에서 관계를 요구해 왔다. 순간 아내는 자신의 속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얄미워서 "당신은 그것밖에 몰라."라면서 홱 돌아누웠다고 한다. 남편은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고 돌아누웠다. 몇 달 후 아내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경멸은 이처럼 한 인격에게 큰 상처주고 관계에 독약을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기방어역시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이다. 나도 결혼생활을 통해 자기방어가 심한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매사기 그런 것은 아니고 과거에 상처를 건드리는 특정 영역이 그러했다. 건강한 사람은 왠만한 충격에도 꿈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기가 났다거나 상처가 난 곳은 조금만 건드려도 펄쩍 뛸 정도 아픈 것이다. 때문에 상대방이 무심코 한 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할 경우가 많다. 나에게 있어서는 경제적인 문제였다. 돈에 관련된 문제가 나오면 마치 나에게 능력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려진 것이다. 반면 아내는 요리문제에 상처가 많다. 자기가 만든 음식에 나와 아이들이 조금만 반응이 나빠도 곧 침울해 지고 속상해 했다. 결혼 전 장모님께 살림 못한다고 꾸중을 많이 들었던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에 반복적으로 상처를 받는다면 나 자신을 먼저 치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이 나를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을 피드백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담쌓기"라는 여우다. 이는 가장 악랄한 녀석이다. 차라리 아웅다웅 말다툼 하고 있는 것이 더 희망적이다.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몇 주 몇달, 몇년까지 가는 부부가 있다면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관계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여성들이 남편에 대해서 무수히 잔소리를 퍼 붓는 것은 아직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남성들은 아내의 잔소리를 음악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나에대해서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 역시 잔소리 대신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정확하게,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요즈음 서로 편리하기 때문에 각방을 쓰는 부부들도 많다고 한다. 공간적인 분리는 마음의 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항상 조심해야한다. "몸이 멀면 마음도 멀다."는 옛 속담처럼 말이다. 부부사이에는 신뢰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재정적인 투명성, 관계의 투명이 있어야 한다. 서로 말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가장 무시하는 행위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세워주며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강력한 무기는 없다. 여우도 작은 틈새라도 열린 곳으로 비집고 들어오듯 결혼의 위협하는 적들도 그런 틈새로 침입한다. 네가지 악습을 극복하고 건강한 부부관계를 건축한다면 천만군이 위협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II. 두 줄로 켜는 음악처럼


부부는 두 줄 현으로 켜는 음악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줄로 음악을 만들 수 있겠지만 깊이 있고 아름다우며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저자는 부부관계를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인생대본"을 다시 쓰도록 제안하고 있다. 인생대본이란 심리학과 상담학에서 대단히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즉 "내적 대화", "지각과 인식", "자기 대화", "자기 신념", "핵심 신념", "자기 개념", "인생 각본", "주 플롯" 등등. 이런 말 가운데 포함된 기본적인 철학은 "인간은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주체"라는 것이다.

인생대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린 시절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속에서 그들의 피드백이 주 원천이다. "정신을 어디다 빼놓고 다니니?", "너 때문에 챙피해 죽겠다.", "너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어.", "아이구 저 병신!", "누굴 닮아서 그렇게 칠칠맞니?" 등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로 받고 자란 아동은 이런 피드백으로 부정적인 인생대본을 쓸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것을 재료로 하여 좋은 인생대본을 쓸 수 있다. 특별히 어린 시절은 자기 방어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무심코 던질 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대본이 일단 형성되면 그 대본에 맞게 자신의 경험과 작은 플롯들을 조직한다. 물론 플롯에 적합하지 않은 경험들이나 플롯은 주목받지 못한다. 플롯은 이처럼 자신의 경험들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부부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대본을 점검해 보라고 권한다. 구체적으로 건강에 관한 영역과 재정 영역, 도우미 영역(인맥관계), 그리고 정서적 영역으로 나누어 살피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런 작업은 각자 하는 것보다 부부가 함께 한다면 더욱 파워플한 대본이 될 것이다. 본래 결혼의 기초적인 대본은 결혼서약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런 서약이 있었던 것 조차 잊어버리게 마련이기에 정기적으로 서약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서약에다가 새로운 것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두 사람이 살면서 글로 써 두지는 않지만 어떤 부부든지 암묵적인 대본이 있게 마련이다. 의식하지 못한 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본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일찌기 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 공유된 플롯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부부는 언제든지 함께 산다."라는 대본이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나를 참 잘 좇아 다녔다. 내가 학부 4학년 때 결혼을 했기 때문에 대학원 재수 1년, 대학원 정규과정 3년까지 계산하면 무려 4-5년을 학생의 아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련회와 졸업여행, 수학여행, 사경회까지 빠짐 없이 참석했었다. 나는 그런 아내가 참 좋았다. 아내는 어디를 가서 살든지 잘 적응했다. 쉽게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이 성장하고 삶을 나눌 수 있는 모임에서 활동했다. 또 다른 플롯은 "함께 여행한다."라는 것이다. 남자가 홀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내와 더불어 여행하면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정서의 계좌에 저축을 듬뿍 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성적인 유혹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남자들에게 유혹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요즈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더욱 더 아내의 말과 필요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홀로 살면 모르지만 부부로 살아가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를 둘이 출연하여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두 줄로 켜는 음악처과 같다. 두 음이 화음을 이룰 때 가장 장엄하고 멋있는 음악이 되는 것 처럼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적응하고 세워주고 맞추어가려고 하는 자세야말로 행복한 부부생활의 근본이라고 본다.


III. 부부싸움의 본질을 알면 해결책이 보인다.


이혼사유의 첫 번 째로 꼽히는 것이 "성격차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온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성격차이로 이혼한다는 것은 거짓신화임을 명쾌하게 해부한다. 라이프 통장의 관점에서 부부싸움을 보면 "부부싸움이란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 주는 투쟁이라고보다는 대부분 좀 더 잘 살기 위한 애타는 호소이자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건강을 위협받을 때 신경질적이고 방어적이 되며 재정적인 위기에 빠졌을 때, 정서적으로 무시를 당하거나 소외감을 느낄 때, 특히 남자의 경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때, 그리고 중요한 관계들로부터 단절되거나 손상을 입을 위험을 느낄 때 불안해 하고 상처받고 신경질 적이 되며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이것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차적인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해 상대방을 비난하고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관계가 손상을 입게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 63억명의 인간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사람도 같은 성격의 사람은 없다. 인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독특한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성격차이란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면이다. 그렇다면 성격이 똑 같은 사람이면 행복할 까? 언뜻 보면 싸울 일이 없기에 좋을 것 같지만 모든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 성격이 똑 같은 사람이라면 싸울 일은 없겠으나 쉽게 권태감을 느끼고 상호보완적인 역할이 마비되고 말 것이다. 성격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불편하고 갈등의 소지가 되지만 서로를 보완하고 관계를 풍성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

나와 아내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아내는 우선 사람들을 사귈 때 의심으로부터시작하여 차근차근 신뢰를 구축해 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믿고 시작해서 나중에 배신을 당하고 상처입는 스타일이다.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가 첫 눈에 어떤 사람을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느낀다. 반면 아내는 내가 사람을 무조건 믿는 것을 위험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도 나의 영향을 받아 가능하면 평가를 미루고 많은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또한 지나치게 사람들을 처음부터 믿지 않고 경계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내는 아이들이 늦게 들어오면 우선 의심하고 본다. 또 오락실에 가거나 친구네 집에서 노닥거릴 것이라고 짐작하고 속상해 한다. 돈이 생기면 오락실에 갔을 것이라고 염려한다. 내게 종종 아내의 그런 염려가 점염되어 나 또한 불안해 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내가 아내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아본 후에 나무랄 것은 나무라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자고 제안한다. 아내의 짐작이 틀릴 때가 많기 때문에 내 말에 수긍하고 아내 역시 불안을 진정시킨다.

닮음은 서로에게 친밀감을 쉽게 주는 반면 빨리 권태에 빠지게 한다. 반면 차이는 서로에게 이질감과 갈등의 요인이 되지만 그것을 잘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보완해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본질을 알면 해결책이 보이는 법이다. 성격차이라고 너무 빨리 속단하지 말고 관계를 해치는 내적 요인이 무엇인지, 또 동산을 허는 작은 여우(외적 요인)은 무엇인지 잘 진단하여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IV. 적절한 개념의 위력

저자는 부부관계를 "라이프 통장"이라는 독창적이고 파워풀한 개념으로 풀어나간다. 각 사람에게는 재정통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건강통장, 정서통장, 도우미 통장이 있다는 것이다. 이 통장들은 한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나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가꾸기 위해서 잔고가 바닥나면 안된다. 또한 마치 자동차의 네 바퀴 처럼 제대로 기능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관계에 파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이 가운데 몇 가지가 마이너스 계좌라는 것이다. 맞벌이를 해서 재정은 넉넉한데 정서통장과 도우미 통장이 바닥인 부부의 사례를 통해서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나도 인간 사이에는 감정계좌가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감정계좌란 상대방에 대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서 좋은 감정을 비축하면 플러스가 되고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서 마음이 상하게 되면 인출이된다. 잔고가 넉넉한 부부의 경우 상대방이 왠만한 실수를 해도 "나를 위해서 그렇게 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반면 마이너스가 계좌가 된 상태의 부부라면 모처럼 좋은 일을 해줘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잔고가 바닥이 나서 제로인 상태라면 "어떻게 행동하나 두고보자."라고 관망하는 상태가 된다. 저자는 여기에 정서, 건강, 재정을 더하여 "라이프 통장"이라는 개념으로 통합시켜 자신의 삶과 부부 관계를 더욱 입체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한다.

나 자신은 여기에 몇 가지 계좌를 더 가지고 살고 있다. 무엇보다 신앙의 계좌이다. 기독적인 관점에서 신앙이란 하나과 바르고 친밀하고 풍성한 관계로 정의해 볼 때 신앙역시 가꾸지 않고 결코 좋아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앙은 위기에 처할 때 엄청난 자원이 된다. 신앙계좌에 잔고가 넉넉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훨씬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욥이나 요셉, 다윗, 다니엘과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다음에 내가 소중하게 가꾸는 계좌는 지식의 계좌이다. 사람은 유통하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정보를 수용하고 생각하여 표현하는 순환적인 활동을 통해서 삶을 영위한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내 안에 뭔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곧 내적인 고갈을 경험한다. 반면 충분히 유통할 뭔가를 준비하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고 오히려 즐겁게 일 할 수 있다. 주로 나는 독서를 통해서 양질의 정보를 비축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틈틈히 글로써서 정리해 둔다.

결혼한 사람은 건강, 정서, 도우미, 재정 통장외에도 여러개의 통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에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부부들마다 나름대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통장을 만들어 저축도하고 인출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라이프 통장"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인간 사이에서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요소들을 개념화 시켜준다는 점에서 힘이 있다.

V. 우리 부부가 쉬는 방법

남자와 여자의 뇌는 쉬는 방식이 다라는 내용에 많은 공감이 간다. 남자들이 쉬는 방식은 내가 모든 스위치를 끄고 활동을 중지하는 것이다. 반면 여성들은 쉬는 쉬간에도 뇌의 대부분의 기능들이 활성화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집에 들어와 쉬는 방식은 멍청하게 텔레비전에 몰두하거나 잠을 자는 것이다. 반면 여성들은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란다.

아내에게 언제가 가장 쉬는 때인지 물어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란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달라는 주문에 돈을 쓸 때, 즉 쇼핑할 때라고 한다. 반면 나는 쇼핑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 아내에게는 쉼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피곤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아내는 내가 쉬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협조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도 나는 집에 들어와 잠을 잘 잤다. 사내 아이들 셋이 아웅다웅거리면서 노는 집안에서 달게 잘 수 있는 내 자신이 신통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내가 집에와서 쉴 때 외부의 방해 요인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준다.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리고 전화는 중간에서 적당히 잘 처리해 준다. 아이들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다. 왠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면 수면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나는 집에와서 푹 쉴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나는 아내에게 많이 감사해야 한다.

내가 쉬는 또 다른 방법은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다. 차를 몰고 운치 있는 길을 달리다 마음이 내키면 차에서 잠시 내려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특히 나는 산과 바다를 좋아한다. 내가 사는 부산은 산과 바다를 모두 같추고 있는 훌륭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아내와 종종 오르는 산은 아파트 바로 뒤에 있다. 바다는 차로 10-20분 거리에 있다. 해안을 따라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참 좋다. 가끔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밥을 먹으면서 창밖에 변해가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부부란 함께 삶을 나누는 관계라는 게 나와 아내의 공통된 신념이다.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동의 취미를 가지는 것이 무척 좋은 방법이다. 나와 아내가 공동으로 즐기는 취미는 등산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택해서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주 가는 산 중에 장산이라는 곳이 있다. 문자 그대로 깊은 산인데 경사가 완만하여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산 중턱에 국수집에 들러 한 대접 먹고나면 너무 행복한 느낌이 든다. 어릴적 아이들도 자주 데리고 다녔는 데 요즈음은 왠만큼 설득하지 않고는 데리고나오기 힘들어 졌다. 자라면서 서로 취미도, 쉬는 방법도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즈음 나도 아내에게 많이 적응해 가고 있다. 쇼핑을 즐거워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 아내는 나와 함께 쇼핑가면 빨리 마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고 한다. 때문에 시간을 정해 놓고 쇼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쇼핑을 달가와할 남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쇼핑가서도 문제다. 아내는 이것저것 둘러 보는 것을 즐기지만 나는 내가 사고 싶은 것 몇 가지 고르고 나면 그 다음에는 할 일이 없다. 이는 목욕탕 가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나는 몸 씻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아내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른다. 시간을 정해주지 않으면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아내와 쇼핑 갈 때 가끔 내가 좋아하는 코너에서 놀곤한다. 주로 컴퓨터를 구경하거나 책방에서 책을 읽는다.

서로가 차이를 알고 인정하는 것은 좋은 부부관계를 가꾸어 가는데 가장 기초적인 것일게다. 이렇게 기본적인 지식과 능력마저 결여된 채 결혼을 하기 때문에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부부가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한다. 사랑하는 데는 뜨거운 애정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즉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다. 서로 쉬는 방법이 생리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 배우자가 잘 쉴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쉬는 것은 잘 일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VI. 결혼해서 좋은 이유

결혼해서 좋은 이유를 이 책처럼 명쾌하게, 사회학적인 연구 결과를 가지고 설명해 주는 책은 일찌기 만나지 못했었다. 아내와 장을 보러 슈퍼 마켓에 갔다다 우연히 이 책을 집어들고 시종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싱글로 살 때, 결혼이라는 법적인 제도적 의무감 없이 동거할 때, 전통적인 부부로 살아갈 때 어떤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가를 비교분석하는 대목이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이고 확실한 근거가 빈약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저자는 한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라이프 통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통장의 대표적인 계좌는 건강계좌, 정서 계좌, 도우미 계좌, 그리고 재정계좌이다. 이런 계좌들에 잔고가 든든할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인데 결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싱글이나 동거커플에 비해서 월등하게 잔고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사실들에 대해서 그동안 연구된 사회학적인 통계와 두뇌 생리학적인 지식들을 총 망라하여 설득력있게 기술하였다.

자연세계에 "심는대로 거두는 법칙"이 적용되듯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 결혼은 법적인 것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로 개인의 삶을 제약하는 부분이 많다. 거기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제정적으로도 자유가 없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이러한 투자가 단기간에 개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과 재정, 정서, 인적 네트워크라는 열매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한 남자가 싱글인 남자보다 평균 수명이 10년 길고, 만족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남자는 훨씬 더 오래 사는 이유로 "아내의 잔소리"라는 연구 보고를 소개하고 있다. 이 말에 나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도 아내는 나에게 많은 잔소리를 한다. 약을 챙겨 먹어라, 옷을 깨끗하게 입어라, 목에 때를 깨끗하게 닦아라, 운동해라, 건강검진 꼭 받으러 가라, 잠시 와서 쉬어라......잔소리는 반복되고 끝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아내의 잔소리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아내가 없다면 개인의 자유는 극대화 되겠지만 그것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달리기만 하는 차동차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내는 적절하게 나에게 브레이크 역할을 해 준다. 잘 못 된 성적인 욕구에 빠지지 않도록 감시해 주며, 또 엉뚱한 여자들이 추파를 던지지 못하도록 차단해 준다. 책 사기 좋아하는 나에게 무분별한 충동 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늘 주의를 준다. 운동을 극히 싫어 하는 나로하여금 등산을 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든다. 직업상 다른 사람 입원하면 득달같이 방문해서 위로하지만 나 자신은 병원 가는 것을 극히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심하다. 물론 아내 말 들어서 손해 보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엄마 말씀 잘 들어면 길가다가도 돈을 줍는다."라고 농담삼아 말하곤 한다. 부부로 살아가는 것인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 모든 부정적인 것을 능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유익한 면이 있기에 나 역시 결혼 예찬론 자이다.


2006년 6월 9일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2006-06-09 23: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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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200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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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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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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