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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글모음 게시판입니다.

  [서평] 책들이 무덤에서 살아나고 있다
  이영식
  


초등학교 시절 학교 도서실을 제외하고 내가 도서관이라는 데를 처음 가본 때가 1984년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하면서였다. 당시 우리는 책이 꽂혀 있는 서가 근처도 갈 수 없었다. 책을 빌리려면 누런 목록 카드가 가지런히 꽂혀있는 목록함에서 책 제목을 찾아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서가 작은 창구로 내주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다. 오죽하면 어떤 이는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일컬어 "책이 무덤 속에 묻히는 것"으로 표현했을까. 얼마 후 도서관이 개가식으로 바뀐 것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책의 숲 속에서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즐거웠다. 그렇지만 책을 빌리리는 데는 여전히 이런 저런 제약이 많았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 대해서 가장 좋은 인상을 받은 때는 우리 가족이 안동에서 살 때였다. 안동은 인구 15만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교육중심지로서 국립, 시립, 도립 도서관 등이 함께 있는 곳이다. 1990년 대 초반인데도 서비스의 질이 매우 높았다고 생각한다. 책도 가족 수대로 빌릴 수 있어서 우리가족 5명 분량의 책을 한 보따리 빌려다 읽고 반납하곤 했었다. 그때 우리 가족의 목표는 어린이 도서실에 있는 책을 모두 읽는다는 것이었다.

1998년 부산에 이사왔다. 그 무렵 내가 살고 있는 근처에 남구 도서관이 개관되었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남구 도서관의 고객이다. 막 개관한 터라 책도 부족하고 한 가족당 3권의 책 밖에 빌릴 수 없어서 매우 실망했었다. 자연히 발걸음이 뜸해 졌다가 최근에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내가 가장 애용하는 코너는 그림책을 빌리기 위해서 1층에 있는 어린이 도서실과, 3층의 일반도서실 신간코너이다. 우리집 가족이 다섯명이기 때문에 1인당 3권씩 최대 15권의 책을 2주간 빌릴 수 있다.

남구도서관이 확연히 달라진 것 또 하나는 어린이 전용 도서실에서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니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느라 소리를 내도 괜찮다. 또 한가지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독서치료적으로 1000권이 훨씬 넘는 책을 분류하여 표지에 표기한 점이다. 비문학적인 자가치료서는 책 제목에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쉽게 분류할 수 있지만 유아용 그림책이나 동화, 문학작품은 꼭 읽어봐야만 내용을 파악하고 주제를 분류할 수 있다. 사서님들의 수고가 매우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독서치료 코너(http://library.bsnamgu.go.kr/library/cure/cure.php)를 만들어 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독서치료 교육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도서관을 가까이 하면서 아내도 열심히 독후감을 쓰고 있다. 이 또한 우리 집에 중요한 변화이다. 아내는 글을 길게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두 마디 코멘트 한 것이 나를 찡하게 하는 글들이 많다. 또 글을 통해서 아내를 더 깊이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다. 공공 도서관이 시민들을 섬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과거 도서관의 주된 기능은 문서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존하는 데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정보는 이미 무덤 속에 묻힌 것과 다름 없다. 태어나자마자 제 기능을 발휘 해 보지도 못하고 도서관 서가에서 고이 잠든 책은 오래 보관한들 무슨 역사적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 공공도서관이 보존중심에서 유통중심으로, 책 중심에서 이용자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들이 무덤에서 살아나고 있다.

2006년 5월 9일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2006-05-09 13: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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