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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상]왕의 남자(이준익 감독/2005) 독서치료적으로 보기
  이영식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영상 서사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다시한 번 실감하게 하는 영화이다. 크게 돈 들인 것 없이 만든 영화가 2006년 3월 현재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람 네 사람에 한 사람꼴로 영화를 본 셈이니 어린이와 노약자 빼고는 모두 본 셈아닌가!

우리 가족은 영화 관람을 무척 즐기는 편이다. 영화를 자주보다 보니 아이들도 작품 보는 눈이 제법이다. 어떤 영화는 돈을 쏟아 부었어도 허술한 서사성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하는가 하면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고 소재가 참신해서 성공한 영화들이 많다.아이들도 구별하는 자명한 이치를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소흘히 하는 까닭이 이해가지 않는다. 화려한 액션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라고 할 때 가장 많이 투자하고 고민해야할 부분이 서사(敍事)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야 할 텐데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왕의 남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당시 가장 하층민 가운데 하나였던 광대라고 하는 소재를 발굴한 점도 참신하고 왕과 광대 공길이라는 동성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것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독서치료적 관점에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왕의 남자의 서사적 탁월성은 광대들이 벌이는 극적 현실과 왕의 아픈 현실 사이의 상호작용적 설정에 있다. 극은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은 극에 반영되면서 스토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왕은 광대극에 반영된 자신의 모순 된 삶과 왕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를 보면서 점점 극 속에 빠져든다. 강력한 동일시와 카타르시스가 일어난다. 극을 보면서 박장대소하는가 하면 감정에 복받쳐 손이 떨리고, 얼굴이 씰룩거리며 분노에 전율하며 울부짖는다. 생모가 비정하게 살해되는 아픈 과거는 결코 없어진 것이 아니다. 무의식 속에 밀어 놓았던 아픈 기억과 분노의 감정들이 극중 인물과 동일시되면서 화산처럼 터쳐 나온다. 아뿔싸!여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그가 막강한 권력을 지닌 왕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격한 감정들이 왕의 이성적인 통제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복수를 방해는 노신하를 때리고 모함한 두 비들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찌르고 사약이 내려질 때 독약을 받쳐 들었던 신하를 죽이고..... 감당할 수 없는 분노는 처절한 복수극을 불러 일으키고 만다. 결국 왕의 인격적 몰락은 다시 마지막 남은 두 광대 장생과 동길의 광대극에 그대로 반영되어 극으로 올려진다. 이렇게 극과 현실은 서로 부정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양쪽 모두 몰락해 간다.

영화를 보고 그다지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서사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인 것은 인정하지만 마음에 스트레스가 남는다. 본래 비극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도 있겠지만 내가 만약 스토리 작가라면 긍정적인 결말에 이르도록 플롯을 구성해 보겠다. 즉 왕은 과거 자신의 아픈 상처로 인해서 힘들어 한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그로 인하여 실정을 거듭하고 신하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된다. 신하들과 왕의 관계는 악화 될 대로 악화되어 은밀하게 반정이 계획되고 있다. 그 사실을 왕만 모르고 있다. 그러던 차에 임금을 가까이 모시던 상선 영감을 통해서 저자거리 광대패가 임금에게 연결된다. 임금은 광대들이 연출하는 풍자극을 보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에 직면한다. 자신의 참 모습에 직면하는 것을 괴로와 하면서도 또 본다. 동일시가 일어나고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그는 중요한 기로에 직면한다. 자기가 가진 권력을 가지고 복수 할 것인가 아니면 용서할 것인가. 그러나 극을 통해서 왕은 복수보다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통찰이 일어난 것이다. 왕의 치유된 모습은 다시 극에 반영되고 그 극은 왕의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 반정을 꾀하던 신하들도 다시 왕을 섬기기로 결심한다. 결국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이난다.

세계에서 최고의 배우와 관객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배우가 연극에서 악당 역할을 너무나 그럴 듯 하게 했는데 연극에 지나치게 몰입된 한 관객이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다. 왕의 남자에서 광대들은 최고의 배우들이고 왕은 최고의 관객인 셈이다. 그렇지만 그 광대극 속에 비추인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면 더 좋은 관객이 되었을텐데.....

문학치료의 장점은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에 문학을 개입시켜 간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왕의 남자>에서처럼 광대패가 벌리는 광대극이 누가 보아도 왕과 신하들을 지칭하는 것이 뻔히 드러나면 서사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완충작용을 잘 해 낼 수 없다. 따라서 이중 삼중의 상징적 구조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서사적 장치가 액자형 서사 구조이다. 여기에 우화적요소를 더 하면 더욱 안전하게 이슈를 다룰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장생이 줄 위에서 늘어놓는 서사는 서사적 구조가 너무 직설적이고 얇아서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왕에게 직접 하는 말인 것을 알 수있다. 이는 곧 "나를 죽여 달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서사적인 측면와 치료적인 측면에서 되세겨 볼 만한 것들이 풍부한 작품이다.

2006-03-17 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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