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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의 독서지도 연구게시판입니다.

  [강의]분석독서에 대한 이해
  이영식 [ E-m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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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는 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담아 놓은 글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글을 독해하는 수준에서 볼 때 글자를 아는 것과 글을 이해하는 수준은 전혀 다른 차원의 능력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에는 문맹률은 극히 낮지만 비문해자(非文解者)가 매우 많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편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고도의 상상력과 분석력(分析力)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리고 한 편의 글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해하는 것이 글을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분해하는 것이 용이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서는 비문학적(非文學的)인 글을 중심으로 하여 한 편의 글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지 보고 글 분석의 전략에 사용하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II. 글의 구성 요소에 관한 이해

1) 글을 쓰는 과정

좀더 정교하게 글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글이 쓰여지는 절차와 글의 구성 요소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정수(1994)에 따르면 먼저 글을 쓰는 기본적인 절차는 대개 다음과 같이 여섯 단계가 있다

첫째, 쓸거리를 찾는 일 - 글의 소재(素材) 모으기
둘째, 주제를 정하는 일 - 글의 요지를 한 문장으로 만들기
셋째, 제목을 붙이는 일 - 글의 내용을 내포한 매력 있는 간판 만들기
넷째, 줄거리를 마련하는 일 - 글의 뼈대 세우기
다섯째, 단락을 펼치는 일 - 글의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
여섯째, 다듬어 쓰기 - 정교하게 다듬기

글의 소재(素材)란 "무엇에 관하여 쓸 것인가?" 라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글감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의 소재는 사실 우리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우리 주위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깊은 묵상을 통하여 내면에서 생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의 소재와 주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글의 주제(主題)는 글의 핵심적인 요지로서 "한 편의 글을 통하여 필자가 궁극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일컫는데 글감을 통하여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즉 글의 소재는 주제를 섬기는 역할을 한다. 호소력이 있는 글을 쓰려면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 주제가 명확하지 못한 글을 아무리 탁월한 문장들이 집합되어 있다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독자가 알 수 없게 되어 혼란스러운 글이 된다.

다음은 제목을 붙이는 일이다. 글의 제목은 작가에 따라 맨 나중에 붙여지기도 한다. 글의 제목의 역할은 그 글의 간판과 같다. 꼭 같은 글이라도 참신하고 독자의 시선을 끄는 제목이 글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글의 제목과 주제와 소재는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목을 정할 때 흔히 글의 소재나 주제 혹은 글의 목적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문학작품은 글의 제목이 매력적이고 내용이 잘 상상되지 않는 애매한 경우가 많고 비 문학 작품은 글의 주제나 내용을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글의 뼈대를 세워 단락을 펼쳐 가는 작업에 관하여 살펴보자. 좋은 글감을 많이 준비했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집을 짓는데 모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글감들을 먼저 1) 주제에 알맞은 것만 선별되어야 하고(통일성의 원리), 2) 그 주제를 중심으로 재료들을 배열하고(연결성의 원리), 3) 주제에 대하여 충분한 뒷받침이 될 만큼(강조성의 원리) 펼쳐져야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수사학의 3대 원리로 알려진 것으로 모든 글을 짓는데 알아야할 기본적인 사항이다.

끝으로 다듬기 과정이 있다. 다듬기의 과정은 글의 목적에 맞는지, 글의 주제에 맞는 문단들이 선택되었는지, 글의 주제를 잘 부각할 수 있도록 문단들이 배열되었는지, 그리고 주제가 충분히 강조되었는지 등을 다시 한번 살피면서 표현을 좀더 효과적으로 다듬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 편의 글이 탄생되는 것이다.

2) 문단의 역할

글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의미를 나타내는 상징기호(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단어를 바로 표기하는데는 철자법을 알 필요가 있다. 다시 기호들이 모여 단어를 이루고 단어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배열되어 문장이 된다. 이렇게 문장을 구성하는데는 문법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저자의 생각을 펼쳐나가는데 기본 단위가 되는 것은 문단(文段)이다. 문단이란 "문장(文章) 상의 단락(段落)"의 줄임말로서 생각의 문법인 논리의 규칙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글은 이러한 문단들을 가지고 저자의 생각을 논리적 규칙에 따라 유기체적으로 엮어낸 생각 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단에는 주제가 들어 있는 문단 있는데 그 문단의 위치에 따라서 두괄식, 양괄식, 미괄식 등으로 분류된다. 또한 각 문단은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특정한 기능을 하는데 사물의 개념에 대한 정의, 사실보도, 저자의 의견을 기술하는 부분(명제 제시), 제시된 명제에 대하여 설명 또는 묘사 하는 문단, 주제를 보다 쉽고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주는 부분이 있다. 글을 읽을 때는 예화가 가장 재미있고 그다음 설명이 쉽게 이해되기 때문에 예화->설명->명제 제시 순으로 관삼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글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명제-->설명-->예화 순이다. 글분석뿐만 아니라 독해에 있어서도 본문의 어떤 부분이 보다 중요한지 파악하는 능력은 매우 필수적이다. 전정재(2002)에 따르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빠짐없이 꼭 같은 속도로 읽는 것은 일종의 독서장애이기 때문이다.

문단은 글의 전체 맥락속에서 담당하는 기능 등이 있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는 1) 문단을 구별하고, 2) 그 문단에서 말하는 소 주제를 파악하여 글의 주제와 연결시키며, 3) 문단과 문단의 논리적 관계를 살펴서, 4)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효석(1996, pp.229-239)은 문단들을 펼치는 전략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13가지 방법을 제공한다.

  1. 비교와 대조: 비교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물에 대하여 그들이 지니고 있는 비슷한 점이나 공통점을 밝혀내는 방식이고 '대조'는 그 차이점을 밝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하여 주제를 보다 선명히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예)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주범 국가로서 독일과 일본의 태도는 매우 대조적이다. 독일의 경우는 철저하게 과거를 뉘우치며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를 정리한 바탕 위에 새로운 독일을 세웠지만 일본은 그러한 과정이 명확치 않다.

  2. 분류: 하위 항목을 상위 항목으로 묶어 가면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어떤 대상이나 생각들을 공통적인 특성으로 구분 짓는 전개 방식이다. 단순히 모아진 정보를 분류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진다. 예컨대 무작위로 적혀 있는 전화 번호 1000개와 그것을 성별, 지역별, 연령별, 관심별로 분류된 목록은 가치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3. 구분: 분류의 반대 방법으로 상위 항목을 하위 항목으로 나누어 가면서 설명하는 방법이다. 두루뭉실하고 막연한 개념이 이 과정을 통해 구체적이고 명확해 질 수 있다.

  4. 분석: 어떤 복잡한 것을 단순한 요소나 부분들로 쪼개는 방식이다. 구분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나누어 나가는 방식이라면, 분석은 대상에 상관없이 구성 요소로 쪼개어 나가는 방식이다.

    예) 컴퓨터에는 기억장치, 연산장치, 입출력 장치, 제어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5. 예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하여 글의 내용을 뚜렷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자신이나 타인의 체험, 견문, 사건 기사, 역사 자료를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통계자료나 인용문 등은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글의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

  6. 지정(확인): 어떤 대상을 확인하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듯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한 사람은 누구냐'하는 물음에 '이것은 무엇이다. 누가 ...한 사람이다'같이 대답하는 방식이다.

    예)'마마 보이'란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년을 말한다.

  7. 정의: 대상의 개념을 규정하여 밝히는 방식으로 '무엇이냐'에 대한 해답의 형식을 지닌다. 대개 어떤 대상의 범위를 규정하거나, 본질을 진술 할 때 쓰인다. 특히 학술적인 글에서는 조작적 개념정의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8. 유추: 이미 알려진 사실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추측하는 방식이다. 유추는 두 가지 사물 사이에 유사성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유추는 비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읽는 이가 알고 있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생소하고 복잡한 대상을 비교해 나가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보다 효과적이다.

    예) 이정표는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큰 기쁨을 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리라는 이정표를 보고 살아야 헤매지 않고 인생의 길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9. 연역법: 이미 알고 있는 일반적 진술에서 새롭고 필연적인 구체적 사실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말하고자 하는 무게가 대체로 뒤쪽에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삼단 논법이 있다.
    예) 동물은 죽는다. 사람도 동물이다. 결국 사람도 죽는다.

  10. 귀납법: 연역법과 반대 방향으로 특수하거나 개별적 구체적인 사실에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진술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말하고자 하는 무게가 역시 뒤쪽에 있다.

    예) 나는 녹차를 좋아한다. 형은 커피를 좋아한다. 부모가 같은 형제라도 사람의 기호는 각각 다르다.

  11. 묘사: 모양 촉감 냄새 소리 맛 따위를 중심으로 어떤 대상을 '글로 그리는' 방식이다. 주로 문학작품에서 많이 쓰인다.

  12. 서사: 사건의 진행 과정을 그대로 글로 그려서 머릿 속에 떠오르게 하는 방식이다. 대상의 움직임을 유기적으로 담백하게 그려나간다. 사건의 진행 과정이 단계별로 강조되고 사건의 핵심,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심 관심사가 점차 드러난다. 일정한 시간 안에 일어나는 사건이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해 나간다. 주로 문학작품에서 쓰이는 것이지만 논술 문에 응용할 수도 있다.

  13. 인용: 남의 말이나 격언 따위를 이용하여 글에 신뢰를 주는 방식이다. 다른 자료에 기대어 짧은 시간에 신뢰를 얻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잘못 인용하여, 내가 내용을 잘못기억하고 있다는 지, 관련 없는 엉뚱한 것을 가져왔을 때는 오히려 글의 권위가 손상된다. 특히 연대나 역사적 사건, 통계 숫자 등은 주의 깊게 인용해야 한다. 학문적인 글에서는 남의 글의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히도록 되어 있다.


III. 글의 구성요소들간의 관계: 주제, 소재, 제목, 목적 등

앞에서 글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일부 언급했지만 글의 목적과 주제, 제목, 소재(글감), 그리고 요지 등에 대한 개념을 유기체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글의 목적에 관하여 살펴보자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의 행동가운데 매우 목적 지향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모든 글은 개인적 심미적 차원이든지 혹은 사물의 이치를 밝히려는 것이든지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 목적이 분명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읽는 대상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어떻게 변화되기를 바라는지" 또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목적의 글이라도 대상이 다르다면 서사전략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은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 중요하다.

글의 주제는 저자가 그 글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적인 생각을 말한다. 물론 그 핵심적인 생각은 글의 목적을 창의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글의 주제를 명확히 하는 것은 글을 쓰는데 있어서 핵심일 뿐 아니라 독서전략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요소이다. 한 편의 글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독서 전략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글의 주제는 소재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데 기준이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주제는 글감들과 문단들을 하나로 꿰뚫는 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저자의 중심생각을 단어나 구로 표현한 것을 주제라하고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주제문, 글의 전체 내용을 몇 문장의 말로 표현 한 것을 중심생각이라 한다.

한편의 완성된 글은 제목이라는 간판을 달고 독자의 시선을 끌게 된다. 글의 제목은 간판과 같아서 글의 내용을 함축하면서도 매력적일 필요가 있다. 글의 제목은 1) 글의 소재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하기, 2) 주제를 제목으로 사용하기, 3) 글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제기를 제목으로 사용하기, 4)글의 목적을 제목으로 내세우기 5) 글의 키워드를 제목으로 설정하기, 6)상징적으로 표현하기 등의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 문학작품 같은 경우에는 매우 상징적인 제목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IV. 애들러의 분석독서: 숲을 보고 나무를 보기

독서의 기술에 관한 고전적인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 애들러는 분석 독서에 관하여 3단계의 전략을 제시한다(모티머 J 애들러, 찰스 반도렌, 2000. p.178). 첫째, 점검독서 기술을 활용하여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 책의 내용을 해석하면서 읽는 단계이고 세 번째가 비평적으로 읽는 단계이다. 이에 대해 저자 스스로가 요약한 내용이 있으므로 여기에 인용해 본다.

그러면 단계별로 좀더 상세히 살펴보자.

먼저 제 1단계는 점검독서와 같은 맥락으로서 책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1) 책을 종류와 주제에 따라 분류하고, (2) 책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한 다음, 주요 부분을 순서와 연관성에 따라 목록을 만든 다음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본다. 그리고 (4) 저자가 풀어나가려는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한다. 책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는 작업은 원동연(2001)은 "고공학습"이라고 명명하였다. 즉 어떤 사물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려면 하늘 높이 올라가서 내려다보아야 하는데 이는 '숲을 먼저 보고 난 후 나무를 본다'라는 동양적 지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퍼즐 게임을 생각해 보면 점검독서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몇 조각 안 되는 퍼즐은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도 쉽게 맞출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 백 조각의 퍼즐이라면 전체그림을 힐끗 한 번이라도 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1단계 점검독서 혹은 살펴 읽기에도 지름길은 있다. 책 전체의 윤곽에 관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제목과 목차이다. 목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려가면서 책의 제목과 연관지어 논리적 관계를 추론해 본다. 책을 요약한다는 것은 읽으면 저절로 되는 과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추론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지적 작업이다. 많은 독자들이 저자가 친히 작성한 차례를 무시하고 책 속을 뛰어드는 것은 문학작품이 아닌 이상 좋은 독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책을 요약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차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검독서 능력이 향상되면 책을 읽기 전에 요약하고 읽은 다음 잘못 추론한 것을 약간만 수정하면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책의 윤곽을 그려보는 작업에 도움을 주는 정보는 제목과 목차 외에도 저자의 서문, 책의 겉 표지에 실린 문구들이 있다. 또한 요즈음 저자들은 독자들을 위하여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여 고딕으로 기록하거나 매 장마다 요약문을 제시하기도 하고 아예 처음부터 책 전체의 구조를 한 눈에 보여주는 책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더라도 목차를 통해 그 책의 핵심 내용이 어떤 부분에 실려 있는지 짐작할 수 있고 그 부분을 몇 페이지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책의 전체적인 윤곽과 저자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되었으면 2단계 본격적인 분석 독서로 갈 준비가 된 것이다.

사실 비문학적 글에서 목차는 책 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데 있어서 항해도와 같다. 그 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항해도가 필요없거나, 저자보다 더 차례를 잘 만들 자신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독자는 반드시 행해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행해도를 숙지하고 책의 바다를 항해할 때 본문 안에 있는 제목들과 소제목들은 지금 독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지판과 같다.

분석하면서 읽기의 2단계의 주요 목표는 내용을 충실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첫째 중요한 키워드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둘째, 가장 중요한 문장을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주요 명제를 파악한다. 셋째, 저자의 논증을 문장과의 연관 속에서 구성하거나 찾아낸 다음 끝으로 저자가 풀어낸 문제와 그렇지 못한 문제를 구분하고 풀지 못한 문제를 저자도 알고 있는지 파악한다.

글을 이해하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키워드를 찾아내서 저자가 그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문맥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다원주의자들은 "모든 종교에는 '구원'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등산(登山)의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즉 '구원(救援)'이라는 산봉우리는 다 같은데 단지 올라가는 길(종교)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이들의 주장은 가장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논의에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keyword)를 정의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구원에 관한 정의가 같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구원(救援)'이라고 하는 개념은 매우 복잡한 종교적 언어이다. 불교적 맥락에서의 구원과 기독교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의 개념이 결코 같을 수 없다. 구원에 대한 정의는 종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구원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이르는 길을 논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주제문을 파악하는 것이다. 주제를 파악할 때 도움이 되는 학습기법이 마인드 맵핑해 보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글을 마인드 맵으로 그려보면 저자가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서사(敍事)전략까지 드러나게 된다. 특히 문학작품처럼 서사전략을 차례나 제목을 통해 직접 드러내지 않고 본문 속에 숨기고 있는 글일수록 마인드 맵핑 기법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저자가 배열한 문단들이 주제를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점을 파악한다면 쉽게 주제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은 주제를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쉘 실버 스타인의 생각하는 동화가 있다. 철학적으로 매우 깊이가 있는 책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년과 나무의 관계를 통해서 '참된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작품에서 소년은 끊임없이 나무에게 요구만 하는 인물로 나무는 소년의 요구에 끊임없이 베푸는 존재로 등장한다. 나무는 소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자신의 열매와 가지와 몸뚱이와 나중에는 존재 자체를 내어 준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에 대한 어떤 독자의 반응이다.

" ...... 과연 나는 어느 누군가를 자기 자신 이상으로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베풀어 본적은 거의 없었는데 지금부터는 이기적인 마음보다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살아야겠다. 나뿐만 아니 요즈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나무처럼 주기보다 오히려 받으려고만 했을 것이다."

다른 이의 반응을 한 번 더 살펴보자.
"그리고 나무는 소년에게 무언가를 또 해줄 수 있어서 기뻐했다. 요즘에는..무조건 받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무처럼 '한없이 주는 사랑` 이런 게 어머니의 사랑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인간에게 아낌 없이 자신을 나누어 주고서도 여전히 행복하기만 한 나무의 이야기"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살펴보면 위의 사람들 모두가 나무의 아낌없이 주는 희생적 사랑에 깊은 인상을 받고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마치 나무가 끊임 없이 희생적 사랑을 베푸는 것 자체를 즐거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그렇다면 저자 쉘 실버 스타인은 자학적 사랑이 참 사랑이며 우리는 그런 사랑에서 기쁨을 느낀다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무는 자신을 소년에게 내어주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 것이 아니라 소년과 함께 있을 때임을 작가는 주도 면밀하게 반복적으로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소원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음'이다. 그와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느낀다. 소년이 늙은 몸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나무를 찾아 왔을 때 나무는 자신의 그루터기를 그의 의자로 내어준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쉘 실버스타인은 작품을 통해서 자학적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 더불어 있음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의 구조를 분석해 보지 않으면 독자는 자신에게 인상 깊은 한 부분에 매료되고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게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논증(주제)을 문장(문단)과의 연관 속에서 찾아내라고 하는 것이다.

분석독서의 마지막 단계는 책을 비평하는 것이다. 책을 비평하는 사람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는 완전히 분석이 될 때까지 침묵하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판은 빗나가기 쉽고 감정적, 비논리적 반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평을 할 때 그것이 자신의 개인적 견해인지 혹은 다른 근거에서 하는 것인지 비평의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도 예의라고 한다. 이런 예의를 지키면서 비평을 해야하는데 (1) 저자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제시, (2)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제시, (3) 저자가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제시, 그리고 (4) 저자가 분석한 내용이나 설명이 불완전한 부분을 제시한다. 특히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간파하는 것은 또 다른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데 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상술하고자 한다.

글을 비평할 때 주의를 기울일 것은 논리적 모순뿐만 아니라 오류지식, 피상적인 지식, 불완적 지식들을 포착하는 일이다. 오류지식이란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을 말하며 피상적인 지식은 알고 있기는 하되 깊이가 없고 구체적이지 못한 지식을 말한다. 으악새를 날아다니는 새로 생각하는 것이나 몽고반점을 중국집이라고 믿는 것 등이 오류지식이다. 이런 상식적인 것에서 오류지식은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겠으나 국가적인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서나 한 개인의 중요한 선택에 있어서 오류지식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부분적 지식은 전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고 부분만 알고 있는 파편적인 지식을 일컫는 말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식이 아닌 이런 지식을 근거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면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그만 큼 커진다.

특히 한국인은 문자를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책에 쓰여진 것은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책은 저자의 생각을 담은 도구에 불과한 것이므로 항상 지식의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명한 독자는 책을 활용하는 것이지 책을 숭배하는 자가 아니다.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책 속에 우리의 사고가 갇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애들러의 분석독서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애들러의 분석독서 과정]


    I. 분석하면 읽기 제 1단계: 무엇에 관한 책인지를 알아낸다

  1. 책을 종류와 주제에 따라 분류한다.

  2. 책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최대한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3. 주요 부분을 순서와 연관성에 따라 열거하고 전체적인 윤곽을 그린다.

  4. 저자가 풀어나가려는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한다.

    II. 분석하며 읽기의 제 2단계: 내용을 해석한다.

  5. 중요한 키워드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6. 가장 중요한 문장을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주요 명제를 파악한다.

  7. 저자의 논증을 문장과의 연관 속에서 구성하거나 찾아낸다.

  8. 저자가 풀어낸 문제와 그렇지 못한 문제를 구분하고, 풀지 못한 문제를 저자도 알고 있는지 파악한다.

    III.분석하며 읽기의 제 3단계: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비평한다.

    A.지성인으로서의 에티켓

  9. 책을 완전히 파악하고 해석하기 전까지는 비평하지 않는다.(의견이 같거나 다르다고 표명하거나 판단을 보류하기 전에 확실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10. 반대한다고 트집을 잡거나 따지지 않는다.

  11. 어떤 비평을 하든 지식의 차원에서 하는 비평인지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그 비평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B. 비평한 내용의 기준

  12. 저자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제시한다.

  13.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제시한다.

  14. 저자가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제시한다.

  15. 저자가 분석한 내용이나 설명이 불완전한 부분을 제시한다.


V. 나오는 말


이상으로 분석독서에 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책을 잘 이해하는 것은 자동차 운전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운전을 하게된다. 책을 분석하는 것도 처음에는 많은 신경을 써야하지만 익숙해지면 속도가 붙게되고 효율성이 점차 증가된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바르게 효과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특히 애들러의 책은 핵심부분을 요약하여 옆에 놓고 숙달해 가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 김영필. 논리와 사고. 울산: UUP.
  • 모티모 J. 애들러(2000). 찰스 반 도렌/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서울: 멘토.
  • 서정수(1991).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문장력향상이 길잡이.서울: 사닥다리.
  • 원동연(2001). 오차원 전면교육학습법.서울: 김영사.
  • 한효석(1996). 이렇게 해야 바로쓴다.서울: 한겨레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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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0 13: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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