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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의 독서치료 연구실 게시판입니다.

  독서를 통한 인간 변화의 원리
  이영식
  

살다보면 노력한 큼만 되는 일이 있고 노력한 만큼도 안 되는 일도 있다. 그런데 노력한 것보다 훨씬 잘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지난 20여 년간 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성장과 치유를 돕는 일이야 말로 내가 노력을 기울인 것보다 훨씬 좋은 결실을 가져다주었다. 필자는 1998년 목회자를 위한 한 강의를 통해서 독서가 사람들의 변화와 치유를 이끌어 내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독서를 빼 놓고 교육을 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껏 독서를 나의 성장에만 활용해 왔는데 관점을 바꾸어 타인의 성장을 돕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독서를 통한 목회”라는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열렸다. 특히 책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라는 신분을 넘어서 세상과 소통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현직 교사들을 비롯하여 도서관 사서와 학부모, 교정기관의 재소자, 군인, 공무원, 초·중·고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을 격이 없이 만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였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원리는 무엇인가?”
어두운 밤길을 조심스레 살피며 길을 찾는 심정으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독서를 통해서 사람이 변화되는 첫 번째 원리는 ‘언어’ 그 자체에 열쇠가 있다. 인간의 말을 문자의 형태로 종이에 담아 놓은 것이 다름 아닌 책이다. 그렇게 함으로 말미암아 발화(發話)되는 순간 공중으로 사라져버리는 구두언어(口頭言語)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의 생각을 상호간에, 세대에서 세대로 소통하여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의 본질은 거기에 담긴 정보이고 정보는 언어로 구성된 의미의 체계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단지 3퍼센트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언어를 관장하는 두뇌에서 그러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서 사고하고 소통하며 감정을 배설하고 상황을 해석하며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활동을 영위한다. 인간에게서 언어를 박탈한다면 인류의 문명은 그 순간 침팬지보다 못한 상태로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러기에 언어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곧 생각이다.’ 라고 했을 것이다.

두 번째 원리는 독서행동 자체에 있다. 독서행동은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며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독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한 장소에서 홀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독서 개념이 눈으로만 하는 묵독(默讀)으로 심각하게 축소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묵독은 쉽게 망각 속으로 사라져 읽은 책을 샀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읽었던 책을 세 번씩이나 구입했다가 아내에게 한 소리 들은 적도 여러 번이다. 독서행동에는 귀로하는 듣기독서, 입으로 하는 말하기독서, 눈으로 하는 묵독, 손으로 하는 쓰기독서와 이 네 가지 독서를 둘 이상 적용한 통합독서가 있다. 책을 혼자 눈으로 읽는 데서 끝내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여백이나 노트에 써보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타인의 생각을 듣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때 강력한 독서활동이 된다. 또 듣기나 읽기 같은 수용독서와 더불어 말하기와 쓰기의 표현 독서가 균형을 이룰 때 훨씬 효과적인 독서활동이 된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공교육 경험은 듣기와 읽기라는 수용독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초등학교 시절 듣기와 읽기, 말하기와 쓰기의 비율을 생각해 보라)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와 글로써 표현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빈약했었다. 그림책 한 권, 시 한편이라도 그것을 마중물 삼아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기회를 부여 받으면 사람들의 생각이 자라고 감정이 정화되는 가운데 치유와 성장이 일어나는 것을 지난 20년간 분명히 확인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원리는 책을 읽는 공동체에 있다. ‘혼자 열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독서 격언처럼 독서 공동체의 원리는 구약성경 신명기 6장에도 잘 나타나 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문지방에 써 붙이고 이마에 붙이고 손목에도 매라고 하신다. 또한 밤 낮 그 말씀을 강론(講論)해야 한다. ‘강’(講)은 강의(講義)의 약자이며 ‘론’(論)은 토론(討論)의 앞 글자이다. 즉 하나님의 말씀을 설명하고 서로 토론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 교회에서 ‘강’(講), 즉 설교는 넘쳐나는 데 토론은 빈약하다. 반면 유대인들은 수 천년동안 토론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으니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하브루타’교육이다. ‘하브루타’(חַבְרוּתָא)는 우정이나 동료를 뜻하는 히브리어로 예시바라는 뉴욕의 유대인 도서관의 풍경을 보면 책을 가지고 둘씩 짝을 지어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도서관 풍경은 함께 모이기는 하지만 토론은 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는 절대 침묵을 강요받는다. 다행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공독(共讀)운동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다양한 시점을 확보하여 자신의 편견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에도 습관과 관성이 있어서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기 전까지는 자기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끝으로 독서를 통한 인간 변화의 원리에는 매체 자체에도 비결이 있다. 필자가 대학 1학년 시절 철학개론 수업에서 교수님이 과제를 하나 내 주셨다. 철학적인 주제를 하나 화두로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써 오라는 것이었다. 그 주제에 대해서 골똘하게 생각을 시작했는데 밤에 잠을 자다가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메모하곤 했다. 훌륭한 생각을 해 낸 나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며 리포트를 제출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 천 년 전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미 다 말한 내용이 아닌가! 독서는 인류가 수 천 년 간 축적한 지식과 지혜의 호수에서 물길을 내어 내 삶에 흘러들게 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이나 사교육은 영어나 수학, 국어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삶에 진짜 필요한 정보는 잘 유통되지 않고 있다. 즉 관계에 대한 지식,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건강하게 다스리는 지식,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잘 적응하고 기능하는 지식,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 말이다. 학교 공부만 강조하지 말고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필요한 자양분들을 균형 있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야할 것이다.

독서치료는 우리 삶의 적응 문제나 대인관계, 마음관리, 삶의 만족과 의미 등의 주제를 다루는 수용적인 공동체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서로의 성장과 치유를 격려하는 독서활동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책을 연결시켜서 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평생 교육의 시대에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활동은 넓은 차원에서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걸 맞는 목회의 한 형태로 필자는 믿는다. 특히 소설과 시, 그림책과 같은 문학 작품을 가지고 사람들과 토론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 독서 공동체에는 신분도 나이도 종교도 뛰어넘어 공동체를 형성하는 힘이 있다. 필자는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며 삶의 애환을 나누는 가운데 서로의 성장과 치유를 축하하는 독서공동체가 우리 사회에 풀뿌리처럼 퍼져나가는 꿈을 꾸어본다.

2019. 6. 6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2019-06-06 21:56:07 / 116.45.20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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